2012년 제1비서 추대될 때도
정장 차림 공개된 적 있지만
공식석상엔 사실상 처음
좌우에 황병서ㆍ김영남 자리 잡아
교통사고 사망 김양건 언급 뒤
참가자들과 2초간 묵념하기도
관영매체, 핵 무력 정당성 설파
달리 보여줄 게 없는 현실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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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차 당 대회가 개막한 6일 4ㆍ25 문화회관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넥타이를 매고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평소 잿빛의 인민복을 입고 주로 현지 시찰에 나선 만큼 정장 차림은 매우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두고 생전 공개석상에서 이른바 ‘로마양복’(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자주 등장했던 할아버지인 ‘김일성 따라하기’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핵 개발 성과와 수사에 그친 경제 목표 달성 등을 늘어놓으며 허장성세로 일관했다. 형식상으로만 변화를 취했을 뿐, 내용에선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TV가 밤 늦게 녹화 방영해 보도한 당 대회 개회사 연설 장면에서 김 위원장은 검은색 바탕의 줄무늬가 옅게 새겨진 양복에 연한 회색의 넥타이를 매고, 뿔테 안경을 쓴 채 등장했다. 주석단 가운데에 홀로 일어선 채 15분간 개회사를 낭독하는 김 위원장 오른편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왼편에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은 북한의 최고 권력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이다. 한 손에 든 종이를 보며 연설에 나선 김 위원장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머지 한쪽 손으론 단상을 짚으며 기대 서 있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의 정장 차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동신문은 2012년 4월 12일 제4차 당 대표자회에서 김 위원장을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한 소식을 전하면서 짙은 색의 양복 상의에 흰 와이셔츠, 줄무늬 넥타이를 맨 김 위원장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이 권력의 정당성을 선포하는 일종의 왕위 계승식마다 양복을 입고 등장한 셈이다.
정장 차림이라는 형식의 파격을 택했지만, 김 위원장이 내놓은 발언들은 종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김 위원장은 핵 무력 과시와 손에 잡히지 않은 추상적 경제 목표 달성 등 핵 경제 병진 노선의 성과를 나열하는 데 급급했다. “첫 수소탄시험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 발사의 대성공을 이룩하여 주체조선의 존엄과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서 빛냈다”거나 “70일 전투기간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수많은 단위들에서 생산적 앙양의 거세찬 열풍을 일으켜 상반 년도 연간인민경제 계획을 앞당겨 수행하는 특출한 성과를 이룩했다”는 식이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우리 당과 인민의 억척 같은 신념과 의지를 힘있게 과시하고 영웅조선의 백절불굴의 기개와 담대한 배짱, 무궁무진한 힘을 세계 앞에 똑똑히 보여줬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셀프 칭찬’에 목을 매던 김 위원장이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 것은 혁명열사와 당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감사를 표할 때였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 초반부에 지난해 연말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 동지 등을 언급한 뒤 전체 참가자들과 약 2초간 묵념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는 이날 당 대회에 앞서 핵 무력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김 위원장을 떠들썩하게 칭송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례적으로 평일 방송 시간보다 7시간이나 앞당겨 아침 일찍부터 방송을 시작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동지의 당”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서사시를 소개하는 등 특별 편성에 들어갔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을 “21세기 태양”에 이어 “찬란히 빛나는 우리 태양”이라고 칭송하며 ‘태양’ 호칭 시리즈를 이어갔다. 이번 당 대회의 초점을 핵과 김 위원장 우상화에 맞춘 데 따른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외에는 딱히 보여줄 게 없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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