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야권의 잠재 대권주자들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는 1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야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를 방문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에서 국민의당에 완패한 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행이 쉽지 않는 가운데 이뤄지는 방문이라, 정치적 기반을 넓히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광주 지역 시민단체 등에서 방문 요청이 있었지만 국민의당 창당으로 야권이 분열돼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미뤘다”며 “지방에 갈 기회가 생기면 앞으로 꾸준히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박 시장은 광주 지역에서 문 전 대표를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위(리얼미터)를 한 바 있다. 이번 광주 방문에서 박 시장은 5ㆍ18 묘역 참배, 전남대 강연, 윤장현 광주시장과의 면담 등이 예정돼 있다. 또 지역 정치인과 시민사회 관계자들도 만날 계획이다.
전남 강진에 칩거중인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이달 중순 일본 행에 오른다. 게이오대에서 ‘한반도 문제와 일본의 역할’을 주제로 한 초청 강연에 나서며 또다시 행보를 넓힐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4,5일간 머물면서 일본 정계와 학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지난 1월 말 모스크바를 다녀온 것과 같은 연장선상의 방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치권에선 정계 복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손 전 고문이 2008년 칩거에 들어간 뒤 2년 뒤인 2010년 정계 복귀한 예가 있다”며 “2014년 7ㆍ30 재보궐 참패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지 2년 되는 올 8,9월 정계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8,9월은 더민주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더민주의 다른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조승래(대전 유성갑), 김종민(논산ㆍ계룡ㆍ금산), 정재호(경기 고양을) 당선자 등 측근들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눈에 띄는 대외 활동은 없는 상황이다. 안 지사 핵심 관계자는 “다른 소리 나지 않게 도정을 살피는 것만 해도 쉽지 않는 일”이라며 “정치권의 눈길을 끌만한 대외 활동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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