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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서민 좌절이 트럼프 현상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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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서민 좌절이 트럼프 현상 불렀다

입력
2016.05.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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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득 중간값 30년째 정체

아메리칸 드림 상실 이유를

이민 증가ㆍ불공정 무역서 찾아

기득권 정치인 아닌 트럼프가

이익 대변해 줄 것이라 믿어

도널드 트럼프는 실질소득이 1980년대 수준에 머무는 등 중산ㆍ서민 백인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증되고 있는 상황을 절묘하게 이용해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에 올랐다. 명목임금(붉은선)의 상승에도 불구, 2016년에도 실질임금(파란선)이 2000년 수준을 밑도는 게 확인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실질소득이 1980년대 수준에 머무는 등 중산ㆍ서민 백인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증되고 있는 상황을 절묘하게 이용해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에 올랐다. 명목임금(붉은선)의 상승에도 불구, 2016년에도 실질임금(파란선)이 2000년 수준을 밑도는 게 확인된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그가 경선 참여를 선언했을 때 아무도 이렇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막말과 폭언으로 가득 찬 유세, 여성 차별과 이민자 혐오, 동맹국을 비롯한 외국정부 비난 등 기성 정치인들이 금기시하는 언행을 일삼자 공화당 지도부도 그를 꺼려했다. 그런 트럼프가 최종 후보가 된 배경은 뭘까.

30년 가까이 정체된 미국의 실질 소득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2015년 발간된 미 인구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의 가구당 실질소득 중간 값은 5만2,000달러로 1988년 수준에 머문다. 더욱이 2008년 경제위기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주었다.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튼, 앤 케이스가 지적한 것처럼 1999년 이후 중년 백인들의 자살율이 급증한 사실은 이런 위기의 결론인 셈이다.

백인 중년의 자살률 증가 이유로 앵거스 디튼은 경제침체로 인한 ‘미국의 꿈’(American Dream) 상실을 지목했고,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만도 뉴욕타임즈 기고에서 미국의 심화된 빈부 격차를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환언하면 미국 중년 백인,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 계층이 커다란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다수는 이민자 증가와 기업들의 ‘아웃소싱’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에 따른 지속적 무역 적자도 문제로 꼽는다. 특히 불법 이민자는 미국의 오랜 고민거리였고, 전체 인구 중 백인 비율은 감소하는 반면 중남미 혈통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전체 인구의 20% 에 육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백인 중산층 및 저소득층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백인 중산층 및 저소득층의 마음을 직설 화법으로 대변해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하는 선거 전략을 사용했고 그것이 먹혀 든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다수가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 유권자라는 AFP통신 분석, 교육 수준이 낮은 건설 및 제조업 노동자 및 빈곤층이 많은 지역과 농촌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다는 뉴욕타임스 분석 기사가 이를 증명한다. 공화당 유권자의 63%가 이민자들을 취업 경쟁자로 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선거자금을 기부 받는 대신 개인 돈을 사용하고, 스스로 성공한 기업가라는 경력을 부각시켜 미국 경제를 부활시킬 적격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다수의 중산ㆍ저소득층 백인들은 트럼프는 기득권과 연결된 정치인이 아니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진정한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백악관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본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은 대통령 영부인, 국무장관ㆍ상원의원 등 풍부한 국정 경험이 강점이다. 그러나 국가 기밀을 개인 이메일로 주고 받고,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태도 변화, 월가에서의 거액 강연 등 약점도 많다. 클린턴 대신 차라리 트럼프를 찍겠다는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까지 나올 정도다. 트럼프 역시 공화당 지지자들 중 상당한 이탈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미국은 삼권 분립이 확실하고 의회가 대통령 권한을 일정 부분 견제한다. 따라서 기존 외교정책을 단시간에 바꾸기 힘들다. 또 후보일 때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시각은 상당한 차이가 있고, 외교정책은 국제정치 환경에 따라 입안이 되기 때문에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온 발언 중 상당 부분이 실제 정책이 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주한 미군 주둔에 대한 방위비 분담 증가 압력은 매우 커질 것이고, 한미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재협상 요구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변화다.

허욱ㆍ위스콘신주립대(밀워키) 석좌교수

허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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