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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치광이 이론

입력
2016.05.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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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을 미치광이 이론(the Madman Theory)이라고 이름 붙이려 하네. 전쟁을 끝내기 위해 뭐든 할 것이라고 북베트남이 믿도록 할 것이네. 우리는 이런 이야기가 그들에게 흘러 들어 가도록 해야 하네. ‘닉슨이 공산주의에 강박감을 느끼고 있고, 그가 화가 났을 때는 그를 자제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는 항상 핵 버튼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고. 그러면 호찌민(胡志明)이 스스로 파리의 협상 테이블로 오지 않겠나.”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의 핵심 참모였던 H. R. 할더만에게 설명한 전략이다.

▦ 미국은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전쟁 억지전략의 일환으로 ‘미치광이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공식기록에 나타난다. 미국의 치명적인 이익이 공격 당할 경우 갑작스럽게 변할 뿐 아니라, 반드시 보복하는 국가임을 알리고 심지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방식이다. 구소련 붕괴 이후에는 대상 국가들이 이라크 리비아 쿠바 북한 등으로 옮겨갔고, 이들 국가에 ‘비이성적인’ 미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행동했다. 그래야 이들 국가에 공포감과 의구심을 조장ㆍ강화할 수 있어 도발을 주저하게 한다는 것이다.

▦ 미치광이 전략은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에 나오는 “가끔 미친 척하는 것이 현명할 때가 있다”는 언급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 전략은 1950년대 이스라엘의 여당이던 노동당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2대 총리였던 모셰 샤레트가 오히려 미국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닉슨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시절 한국전쟁 경험에서 이 전략에 눈뜬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 베트남에서는 결실을 얻지 못했다. 핵 공격에 대한 공포로 북베트남이 백기를 들어야 성공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 미 공화당의 대선주자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을 ‘미치광이’로 표현했다. 사실 미치광이 전략에 능수능란한 것이 북한이다. 6일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미사일 발사 등 연이어 도발을 감행한 것도 그 하나다. 트럼프도 만만치 않다. 그간의 언행으로 볼 때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불가다. 오래 전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는 미국을 북한과 함께 깡패국가(Rogue State)로 분류한 바 있다. 국제질서에 구속ㆍ통제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였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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