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동생과 함께 간직해 온 꿈을 이뤘습니다.”
나이 마흔에 순경 공채시험에 나란히 합격한 쌍둥이 경찰관이 화제다. 어릴 때부터 경찰이라는 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를 응원하며 공부에 매진한 이들은 인생 2막도 같은 근무지에서 열게 됐다.
6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 김동현ㆍ동욱(40) 형제는 지난해 2월 실시한 순경 공채 시험에 합격한 뒤 교육을 마치고 지난 2일 첫 근무지인 수서서로 정식 발령받았다. 5분 먼저 태어난 형 동현씨는 수서서 대치지구대에, 동생 동욱씨는 도곡지구대에 각각 배치됐다.
쌍둥이 형제는 지금까지 중학교를 제외하고 대학은 물론, 군 복무까지 같은 곳에서 하면서 경찰의 꿈을 키워 왔다. 시험에 붙기 전부터 남다른 정의감에 경찰서를 여러 번 들락거렸을 정도다. 동현씨는 “차선을 제멋대로 바꾸는 칼치기 운전 신고만 100여건 했고 50번 넘게 경찰서를 찾아 증언도 했다”면서 “동생에게 빨리 경찰관이 돼 우리가 직접 사건을 해결하자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했다.
김씨 형제가 경찰 제복을 입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린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법학을 전공한 이들은 경찰이 사법고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경정 특별채용을 겨냥해 10년 동안 사시에 응시했다. 하지만 고등고시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다. 형제가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동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시는 폐지 수순을 밟았고, 고민을 거듭하다 동욱씨의 결심과 권유로 둘은 2년 전 순경 공채시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4월 두 사람은 마침내 합격 소식을 들었다. 이후 8개월 동안 학과 교육과 현장 실습을 거쳐 지난달 우수한 성적으로 중앙경찰학교를 수료했다. 동기생 3,168명 중 동생 동욱씨는 경찰청장상(차석)을 받았고 형은 중앙경찰학교장상(19등)을 수상했다. 이들은 평생 살아온 서울 강남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고 싶어 수서서에도 함께 지원했다.
형제는 “지금은 여성ㆍ청소년이나 수사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경력을 쌓은 뒤 형사정책과 법학을 깊이 공부해 후배들을 양성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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