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4국까지 2대 2 동률이 됐지만 이번 대결에서는 5국에서 새로 돌을 가리지 않았다. 이세돌이 구글 측에 “(4국을 백으로 이겼으니) 마지막 5국에서는 흑으로 두고 싶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지난 네 판의 경험을 통해 알파고가 백일 때 훨씬 더 잘 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실제로 알파고가 백일 경우 승리 확률이 52%, 흑일 때는 48%로 대국을 시작한다. 또 중국룰은 덤이 7집 반이어서 흑이 불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어차피 이번 5번기 대결은 알파고의 3대 1 승리가 이미 확정된 상태지만 5국에서 흑을 잡고 알파고를 다시 이겨 ‘비록 이세돌은 졌지만 인간이 패배한 건 아니다’라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코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진정한 승부사의 투혼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도 이세돌의 말뜻을 금방 알아듣고 흔쾌히 동의했다.
우하귀에서 기본정석 수순을 진행한 후 알파고가 A로 벌리지 않고 12로 우상귀에 먼저 붙였다. 요즘 프로들의 실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변화다. 알파고가 최신 기보를 거의 다 섭렵한 모양이다.
한데 16이 약간 이상하다. 그냥 <참고1도> 1이나 A로 벌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웬만하면 형태를 확실하게 결정짓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바로 16으로 꼬부렸다. <참고2도> 1 때 2로 둬서 이건 흑이 불만이다. 이세돌이 당연히 17로 반발했고, 알파고도 내친 김에 18로 단수 쳐서 서로 제 갈 길을 고집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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