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열을 재정비하는 듯싶던 한화에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시즌 도중 ‘감독 유고’라는 비상 체제 돌입이다.
김성근(74) 감독은 지난 5일 인천 SK전에 결장한 채 서울 삼성병원에서 3시간에 걸쳐 요추 3, 4번 추간판탈출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감독이 74세의 고령인데다 민감한 허리 부위라 공백은 길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 감독이 없는 동안 김광수(57) 수석코치 대행 체제로 치를 수밖에 없다.
한화에서 김 감독의 존재는 절대적이기에 그가 없는 동안 팀의 행보에 대해서 귀추가 주목된다. 투수와 야수를 가리지 않고 선수 기용 및 경기 운영을 직접 관할하는 김 감독이다. 비록 시즌 초반 걷잡을 수 없이 몰락했지만 김 감독이 결장하기 전인 4일까지 최근 9경기에서는 5승4패로 안정을 찾아가던 흐름이었다. 한화의 팀 컬러나 선수단 구성도 김 감독의 성향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의 공백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 감독이 어지럼증으로 경기 도중 자리를 비운 지난달 14일 대전 두산전에서 2-17로 대패했고, 5일 SK전에선 시즌 최다인 19실점을 하며 6-19로 무너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분위기 쇄신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예상도 나온다. 투수들의 혹사나 퀵후크(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시키는 것)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 감독이 차라리 자리를 비웠을 때 반등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수장을 잃은 선수들 스스로 똘똘 뭉쳐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칠순을 넘을 때까지 현장에서 정력적인 지도력을 발휘해 온 김 감독이지만 수술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88년 8월 쌍방울 감독 시절 초기 신장암 판정을 받고 큰 수술을 했다. 지금 문제를 일으킨 허리는 앞서 2010년 수술을 한 번 받았다. 김 감독은 지난 주말부터 허리 통증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한 성적 압박 속에서도 선수들을 일일이 지도하는 스타일상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가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매 경기 일희일비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프로야구 사령탑들의 건강 이상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1997년 백인천(73) 당시 삼성 감독이 시즌이 한창이던 6월28일 고혈압과 뇌출혈로 쓰러졌다. 한달 여만인 그 해 8월1일 감독 자리에 복귀했지만 9월3일 LG와 더블헤더 1차전을 마친 뒤 건강상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2001년 7월엔 김명성 롯데 감독이 경기가 없던 날 호흡 곤란으로 급작스럽게 타계해 야구계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그의 나이 당시 55세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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