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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 노인 350명에게 매일 도시락 전해요"

입력
2016.05.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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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에서 20년 동안 매일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는 봉사단체 '좋은일 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이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부에서 20년 동안 매일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는 봉사단체 '좋은일 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이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의정부지역 봉사단체 ‘좋은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김남숙(67) 소장에게 봉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 삶의 일부다. 김 소장은 자원봉사자 40여명과 매일 정오가 되면 의정부시에 사는 홀몸노인 350여명에게 도시락을 전하고 말벗이 된다. 외로운 홀몸노인의 자식 역할을 하는 이들의 일상이다.

김 소장은 “매일매일 많은 양의 밥과 3가지씩 반찬을 만드느라 손이 많이 가지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김씨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휘몰아치던 20여년 전, 다니던 절의 스님과 봉사 활동을 하던 중 굶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놀랐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은 재료가 있어도 거동이 불편해 밥을 차려 먹지 못하고, 빵이나 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김 소장은 곧바로 식사를 거르는 어르신들을 돕고자 마음이 맞는 봉사자들과 ‘좋은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 점심봉사를 시작한 1997년 홀몸노인에게 전달한 도시락은 40개. 그랬던 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수년 만에 300개가 넘었다.

차량도 변변치 않고 인력도 모자란 상태에서 수백 개의 도시락을 만들어 일일이 배달하기란 쉽지 않아 몇 번이나 그만두고자 마음도 먹었지만 매일 대문 밖으로 나와 도시락을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그만 둘 수 없었다. 하루 끼니인 도시락이 끊기면 어르신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에 20년이 훌쩍 흘렀다.

김 소장의 모임은 도시락 배달 이외에도 음식을 기부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푸드뱅크 사업과 명절에 독거노인이 차례상을 차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비의 차례상’, 김장김치 나누기 사업 등도 함께한다. 도시락을 만드는 음식재료비는 의정부시의 지원을 받고, 도시락 제작과 배달 등은 모두 모임에서 부담하거나 후원을 받는다. “배고프다”는 노인들의 재촉에 택시를 타고 급히 배달하는 일도 허다하지만, 김씨는 봉사를 멈출 생각이 없다.

김 소장은 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봉사밖에 없으니 이제 싫어도 이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봉사를 하니 또래보다 잔병치레도 없고 건강해지는 것 같다”는 그는 “누굴 위한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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