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화풍을 가장 잘 구사한다는 평을 받았던 만화가 오세영씨가 5일 경기 안성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61세.
독학으로 만화를 공부한 고인은 다소 늦은 나이인 32세에 만화잡지 ‘만화광장’에 단편을 실으며 데뷔했다. 그는 이후 ‘땅꾼 형제의 꿈’ ‘만화세계역사’ ‘월북 작가 순례기’ ‘만화 토지’ 등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한국 만화계가 대본소를 중심으로 대량 제작하는 공장식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띠자 오히려 이에 반대되는 토속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으로 사회성 있는 작품 창작에 주력해 눈길을 끌었다.
다수의 소설을 만화로 옮긴 것으로 유명한 고인은 특히 고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만화로 바꾸며 화제를 모았다. ‘만화 토지’는 원작이 의도한 내용과 문학성을 만화 특유의 맛과 스타일로 조화롭게 풀어냈다. 특히 철저한 고증을 통해 당시의 생활사, 건축양식, 복식문화 등을 그대로 재현해 ‘가장 한국적인 화풍을 구사하는 작가’, ‘토지를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작가’등의 호평을 받으며 종합예술로서 만화가 지니는 가치를 한 차원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른만화연구회를 시작으로 우리만화협의회, 우리만화연대 등 진보적인 만화단체에 몸담으며 만화가의 사회적 참여에도 적극적이었던 고인은 1993년 한겨레 신문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만화가 1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1999년 대한민국출판 만화대상, 2009년 고바우 만화상 등을 통해 작가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았다. 장녀 오시내씨 등 슬하에 2녀를 두었으며 빈소는 용인 평온의 숲에 마련됐다. 7일 오전 7시 30분 발인 후 평온의 숲 납골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031)329-5900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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