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정치 스승 DJㆍJP 화두로
10분간 짧지만 뼈 있는 탐색전
鄭은 DJ가 좋아한 노란 넥타이
禹는 화합 상징 빨강, 파랑 무늬
禹 “靑 반대로 협의 안된적 많아”
박 대통령 통치스타일 비판에
鄭 “여소야대 만든 국민 뜻 알아
대통령이 무리한 요구 안할 것”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첫 상견례를 가졌다. 두 사람은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체제의 20대 국회를 이끌 2당과 1당의 원내대표다. 회동은 오전 10시27분에 시작해 37분에 끝났다. 탐색전 성격의 짧은 회동이었지만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여야 소통과 협치에 한 목소리를 냈고, 당청 관계에 대해선 뼈 있는 말을 주고 받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뒤 취재진에게 “(서로 대화가) 잘 될 거 같죠?”라고 말했다.
정치 스승 ‘DJP연합’ 거론하며 협치 강조
먼저 정 원내대표가 과거 인연을 화제에 올리며 협치를 강조했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정치적 아들’로 불리는 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의 ‘정치적 스승’인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그는 “DJ 어록 가운데 ‘정치는 모름지기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한 말씀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고 소개하고, “IMF 외환위기 때 그런 철학에 근거해 구조조정도 하고 사회 안전망도 구축해서 나라를 구했던 경험을 본받아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 원내대표의 스승(DJ)와 제 스승(JP)은 ‘DJP 연합’을 해서 국난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면서 “두 분 어르신은 협치를 처음으로 실천하신 분, 협치의 효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스승들을 거론,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제 정치적 스승을 평가해주셔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아울러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 우 원내대표와 처음 만난 인연도 소개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이던 우 원내대표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씨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을 때 자신도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서 취재 현장에 있었다는 얘기다. 정 원내대표가 우 원내대표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두 원내대표는 경제, 민생을 챙기는 데는 경쟁하듯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정 원내대표가 “20대 국회를 지배하는 의제는 경제가 될 것”이라고 하자 우 원내대표는 “기업의 어려움 덜어주고 국민 개개인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세상에 부자, 강자를 위한 정치세력은 없다”면서 “소통하고 대화하고 타협하자”고 했다. 새누리당도 기득권 보호를 떠나 소통하겠다는 취지다.
靑의 국회 개입 두고선 신경전도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국회에서의 여야 협상에 개입한 사례를 꼬집었다. 그는 “지난 19대 국회에선 여야 원내대표가 원만하게 합의해도 청와대가 개입해 합의를 뒤엎고, 합의 과정에서 청와대의 반대로 협의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 원내대표에게 “청와대 경험도 있으니 여야 간 자율성을 갖고 국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 주시면, 저희도 합리적으로 자율성 갖고 대화하고 협력해서 국회가 원만히 운영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에게 덕담을 던지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당청 수직관계의 변화를 완곡하게 요구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옳으신 말씀”이라고 공감하면서도 “저희가 2당 신세가 됐지만 집권여당의 입장이 바뀐 건 아니고,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도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대통령이고 집권 여당이기에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다만 “국민이 만들어준 여소야대, 협치의 지상명령, 새로운 정치질서 등에 대한 인식을 여권에서도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도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리는 일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양측 깍듯한 예우 속 ‘넥타이 정치’ 눈길
양측은 첫 회동인 만큼 상대에 대해 깍듯한 예우를 갖췄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장소인 더민주 원내대표실 밖까지 나와 서서 정 원내대표를 마중했다. 다소 설레는 듯 문 앞을 왔다 갔다 하다가 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실 앞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 나오자, 그 앞까지 가서 맞이했다.
정 원내대표는 회담 도중에 타협과 소통을 강조할 때마다 우 원내대표의 손을 덥석 잡는 스킨십을 하며 원내 1당 원내대표에게 협조를 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후에도 원내대표실 밖까지 나와 정 원내대표를 배웅했다.
두 사람의 넥타이 정치도 눈길을 끌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노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전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상견례에서 국민의당의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맸던 것처럼 이날은 우 원내대표의 정치적 스승인 DJ가 좋아했던 노란색 넥타이를 착용한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넥타이를 맸다. 빨간색은 새누리당, 파란색은 더민주를 상징하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정 원내대표가 오신다고 일부러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넥타이를 골랐다”면서도 “DJ때 초록색도 많이 썼는데, (정 원내대표가) 야당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오셨네”라고 농담을 던지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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