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6개월 앞 프라임 사업 발표
인문계 정원 줄어 입시전략 막막
황급히 수리 가ㆍ과탐 대비하기도
“교차지원 검토해도 미봉책 불과”
“수능시험 6개월을 남겨 두고 이과 과목을 추가로 공부해야 할 줄은 몰랐어요.”
경기 용인시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생 박찬희(18)군은 한숨 쉬는 일이 잦아졌다. 교육부가 3일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사업’ 선정 대학 21곳을 발표하면서, 당장 올해 입시부터 문과생들의 대입관문이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프라임사업에 따라 이공 계열 정원이 총 4,429명 늘어나는 대신 인문ㆍ사회 계열의 정원이 2,500명 정도 줄어든다. 박군은 5일 “수능을 불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대입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부리나케 수학과외를 알아보고 있다는 박군의 친구 유현정(18)양은 “이공계열에 지원할 경우를 대비해 아무래도 ‘수리 가’나 ‘과학탐구’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막상 다른 전략으로 입시 준비를 하려니 고민도 되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도박을 하는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프라임사업 선정대학이 발표된 뒤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과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군의 아버지 박성식(48)씨는 “이달 말에야 구체적인 학과별 정원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당장 수시지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아들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진학상담을 맡은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환(55) 서울 남강고 진로진학상담 교사는 “현재 고3 학생들은 계열선택 기간인 고2때까지 프라임사업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수험생들을 배려해 사업 시행에 유예기간을 둬야 했다”고 지적했다. .
이 같은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프라임사업 선정 대학들은 문과생들의 교차지원 허용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과생들이 불리한 여건을 뚫고 이공계에 합격한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취업난 등을 이유로 이공계열에 지원했던 학생들 중 상당수가 적성이 맞지 않아 ‘반수’를 선택했다”며 “대학이 산업계의 수요에만 맞춰 시간적 여유 없이 입시 전형을 짜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프라임사업이 당장 올해 대학입시뿐 아니라 고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이미 이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가 강세를 보이고, 외고 약세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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