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에 앞서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팩트 체크’를 해봤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의원 권한 및 지원에 대한 국내외 사례 비교’라는 소책자와 19대 국회의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삼았다.
Q: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적정한가.
=2012년 마지막 인상 이후 세비는 연간 1억3,796만원으로 월 평균 1,100여만원 꼴이다. 행정부 차관(1억3,500여만원)보다 조금 높고 장관(1억5,600여만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프랑스와 영국보다는 높고 미국, 독일, 일본보다는 낮다. 미국 하원의원의 연봉은 1억9,500여만원이고, 일본 중의원의 연봉은 2억3,700여만원이다. 영국, 프랑스는 별도로 8,000여만~1억5,000여만원의 퇴직수당을 주는 만큼 반드시 우리보다 적다고 말할 수 없다.
Q: 세비 외에 받는 지원이 과도한가.
=의원사무실 운영지원, 출장비, 입법ㆍ정책개발비 등으로 연평균 9,000만원 정도 받는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미국 하원은 심지어 지역구 사무실수당(2억8,700여만원)을 주고 항공기 이용시 의원뿐만 아니라 보좌관, 의원의 직계가족까지 지원해준다. 영국은 런던 외 지역의 하원의원에게 주거시설 임대료(3,500여만원)를 주며, 프랑스 하원은 무료로 1등석 기차를 탈 수 있는 교통카드, 파리와 지역구간 80회 항공편 등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국회법에 회기 중 국유의 철도, 선박, 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제31조)이 있으나,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된 이후로는 국유 교통수단이 존재하지 않아 국회사무처가 사후에 출장비 형태로 보전해준다. 물론 의원이 개인보좌관이나 비서 없이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스웨덴 같은 나라도 있기는 하다.
Q: 보좌진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비서 3명, 행정인턴 2명을 둘 수 있다. 이들 급여로 1년에 3억7,000여만원 정도 소요된다. 선진국 의회는 의원이 주어진 금액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이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과한 것은 아니다. 미국(10억9,000여만원)과 일본(1억8,000여만원)의 중간 정도다.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국회의원 특권을 접근하려고 노력했지만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국회가 먼저 나서 갑질을 멈추고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하는 마당에 ‘웬 편들기?’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서민에 비하면 국회의원의 처우가 ‘특권’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게 사실이고, 선진국과의 경제규모 차이를 감안하면 여전히 지원 규모가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팩트를 알면 적어도 다른 나라와의 비교 없이 무턱대고 국회의원 보수가 터무니없이 높다거나 국회의원은 KTX나 비행기를 언제든 공짜로 이용하고 있다는 식의 불필요한 오해는 줄어든다.
이맘때가 되면 ‘국회의원 특권 200가지’ 같은 선정적 비판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일부는 맞지만 견강부회식 해석도 적지 않다. 일부 당선자들은 벌써부터 ‘셀프 세비 삭감’을 거론하고 있다. ‘정치 불신’이라는 국민 정서가 반영된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국회의 무능과 부도덕함을 과도하게 부풀리면 더 큰 정치 혐오를 불러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 무능과 특권에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20대 국회는 만만치 않은 임무를 떠맡고 있다. 4ㆍ13 총선 결과 탄생한 여소야대와 3당 구도는 이전보다 더 많은 대화와 타협, 정교한 소통과 설득의 정치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듯 ‘협치’라는 새로운 실험을 앞둔 20대 국회에 이런 제안을 해본다.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불만은 잠시 내려놓을 테니 제발 정파에 치우쳐 싸움만 하다 식물국회를 만들지는 말아달라고. “공약을 안 지키면 1년치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식의 허황된 약속도 이제는 사양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였더라도 그에 걸맞은 입법과 의정활동 결과물을 냈는지 스스로 ‘팩트 체크’하는 마음 가짐이다.
김영화 정치부 차장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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