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은 동반자가 이글을 할 경우 축하패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이글은 이제 우승으로 가기 위한 필수 코스가 됐다. 올 시즌 KLPGA는 말 그대로 이글 풍년이다.
KLPGA 투어 장타여왕 박성현(23ㆍ넵스)은 지난해 ‘이글 여왕’에도 올랐다. 지난 시즌 28개 대회에 출전한 박성현이 작성한 이글은 7개였다. 대회당 0.25개꼴로 4차례 대회를 치러야 이글 하나를 생산해낸 셈이다.
이번 시즌에 박성현은 4개 대회에서 이글 2개를 뽑았다. 대회당 0.5개 꼴이다. 하지만 박성현의 ‘이글 여왕’ 타이틀 방어는 낙관하기 어렵다. 신인 김아림(21ㆍ하이트진로)은 5개 대회만 치렀는데 벌써 이글 4개를 잡아냈다. 대회당 0.8개 꼴이다. 김아림이 이런 추세로 이글을 만들어낸다면 이론상 이번 시즌에 이글 20개를 넘길 수도 있다.
2년차 김예진(21ㆍ요진건설)은 7개 대회에서 이글 3개를 잡아냈다. 박성현 말고도 올해 2개 이상 이글 맛을 본 선수는 10명에 이른다.
KLPGA 투어에서 한 시즌에 이글 10개를 넘긴 선수는 아직까지 없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이글 여왕’ 3연패를 달성한 장하나(24ㆍBC카드)가 2013년 22개 대회에서 9개의 이글을 뽑아낸 게 시즌 최다 기록이다. 2014년 허윤경(26ㆍSBI저축은행)은 25개 대회에서 이글 5개를 뽑아내고도 이글 여왕 자리에 올랐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글 작황이 심상치 않은 셈이다. 이번 시즌 이글 풍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는 선수가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술 향상으로 정확도까지 갖춘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이글이 풍년을 이루고 있다.
‘닥공’으로 불리는 박성현이 대표적이다. 박성현은 파5홀에서는 가능하면 멀리 쳐놓자는 ‘공격 골프’를 추구한다. 투온 시도도 가장 많다. 설사 투온에 실패해도 세번째 샷을 그린 주변에서 치는 경우가 많아 칩인 이글 기회가 생긴다. 박성현이 올해 잡아낸 이글 2개는 모두 파5홀에서 웨지로 친 세번째 샷을 홀에 집어넣은 것이었다.
올해 이글 여왕을 바라보는 김아림 역시 장타자다. 현재 시즌 장타 순위 3위를 달리는 김아림도 파5홀에서 투온 선택을 가장 우선 공략방법으로 검토한다.
이글은 한번에 2타를 줄이는 효과뿐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경기가 풀리지 않다가도 이글 한방이 터지면 사기가 살아나 우승까지 내달린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박성현은 지난달 말 열린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라운드에서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다 9번홀(파5)에서 칩인 이글이 터지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당시 박성현은 “우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샷을 꼽으라면 9번홀 이글샷”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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