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군포시 양정초등학교에서는 요즘 손 편지가 유행이다.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SNS) 메시지를 주고받기보단 고사리 손으로 친구들에게 또박또박 안부를 전한다. 친구에게서 편지가 올 때면 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분까지 좋아진다.
학생들 사이에서 손 편지가 유행한 건 ‘카따(카톡 왕따)’, 언어폭력 등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학교에 우체통을 설치해 주면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친구들끼리 대화가 단절된 학생들에게 1대 1로 감성을 나눌 기회를 제공하면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서 지난달 28일 ‘분홍 우체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체통은 군포 양정초와 안산 선일초 등 2곳에 설치됐고 다음주에는 수원 제일중에도 놓일 예정이다. 우체통은 교사와 학교전담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 스스로 관리한다. 학생들은 우체통을 책임질 우체부장을 선발하고 ‘마니토 우체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프로젝트는 요즘 학교폭력이 신체적인 것보다는 ‘말’로 이뤄지고 있다는 경찰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경찰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군포 양정초, 군포초, 안산 선일초 등 3곳의 학부모 1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가장 심각한 학교폭력 유형으로(복수응답) ‘집단 따돌림(87%)’과 언어폭력(62%)이 꼽혔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학교폭력 유형도 언어폭력(77%), 집단 따돌림(50%), 사이버 괴롭힘(32%) 순으로 거론됐다.
요즘엔 신체폭행보다는 언어폭력이나 왕따가 훨씬 심각한 학교 문제라는 것이다.
김경운 경기남부청 홍보기획계장은 5일 “감성이 묻어나는 편지를 활용, 학생들 간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유도하면 ‘말’로 인한 상처를 덜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우체통 프로젝트를 한 달간 시범 운영한 뒤 도내 다른 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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