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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Between enunciation and articulation (또박 발음에서 깔끔한 발음까지)

입력
2016.05.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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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 얘기가 나오면 한 번쯤은 articulation이나 enunciation이라는 용어를 듣게 된다. 원어민들도 언어 교육자나 언어학자가 아니라면 이를 명쾌하게 구별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다소 헷갈리는 용어다. 따라서 (1) He articulates well. (2) She enunciates words clearly. 라고 말해도 두 사람의 발성 차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먼저 articulating을 한다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발음으로 또렷하게 말하는 것이고 ‘발성이나 내용이 깔끔 명쾌하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에 enunciating은 ‘또박또박 발성하는 것’을 말할 뿐 그 발음이 정확한 발음이라거나 이상적이고 표준 발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서 잠깐 일본인들의 영어 발성을 참고해 보자. 일본인들은 비교적 또박또박 발음을 하는 편이고 Starbucks를 ‘스타바쿠스’라고 발성하는데 이는 일본이 외래어나 영어 표기를 하는 ‘가타가나’ 방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McDonald를 한국인은 ‘맥도날드’라고 표기하고 발성하는데 이 발음도 원음 발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 발성보다는 낫다. 일본의 발음 ‘마끄도나루드’는 일본식 enunciation일뿐 원어 발음도 아니고 정확한 발음도 아니다. Bike를‘바이쿠’로 하는 일본식 발음 또한 분명히 또박또박한 발음이지만 올바른 영어 발음이 아니다. 즉 외국어 표기를 자기네식 표기법으로 하다보니 영어 원음과는 격차가 벌어지면서 그들의 enunciation은 ‘정확한 원어 발음’과 거리가 멀어진다. 원어민 발음처럼 명쾌하고 또렷하게 발성하는 것은 articulation이다. 따라서 발성에서 혀를 굴리거나 얼버무리지 않고 천천히 또박또박 발성하는 것을 enunciation라고 정리할 수 있다. 만약 원어민이 천천히 또렷하게 발음을 해 준다면 그것은 enunciation이면서 정확한 발음의 articulation이 될 것이다.

반면에 UN에서 각 국 대표들의 발음을 보면 상대를 위해 정확한 발음을 하면서 그래도 나름대로 들어줄 만한 발성을 한다. UN에서 듣게 되는 영어 발음이 왜 속도가 느리고 정확한 발음을 하려는가의 명제는 각 국 대표들이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말해야 하기 때문에 천천히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즉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말할 때에는 혀를 굴리거나 빠른 속도로 말하기보다는 단어 하나 하나의 발음을 또박또박 발음해야 남들이 알아듣기 때문이다.

어릴 때 체득한 발음이 아니라면 원어민만큼의 자연스러운 발성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한국인 학습자에게도 어설픈 유창함의 흉내보다는 UN에서 볼 수 있는 ‘다소 투박하지만 느리고 또렷한 발음’이 발성법의 학습 대안으로 좋을 것이다. 한국인에게 영어 발음은 어차피 외국인 발음이고 소통의 효과를 위해서는 단어 하나라도 ‘또렷한 발음’(enunication)이 우선이고 숙달이 된다면 ‘내용과 발성까지 깔끔 명쾌한’ articulation이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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