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야구의 ‘구도(球都)’라면 강릉은 축구의 구도다. 구도 강릉을 대표하는 라이벌인 강릉 제일고(옛 강릉상고)와 강릉 중앙고(옛 강릉농고)의 정기전이 3년 만에 다시 열린다.
양교는 단오제 기간인 6월11일 오후 4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학교의 명예를 걸고 맞붙는다. ‘강릉 더비’로 불리는 양교의 정기전은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의 최고 볼거리 가운데 하나.
1976년 농상전(農商戰) 또는 상농전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양교의 정기전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열리던 일제시대 경평전 이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더비매치로 불렸다. ‘축구사랑은 강릉이 대한민국에서 최고’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영원한 맞수인 양교는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를 많이 배출하기도 했다. 강릉 중앙고는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승희를 비롯해 골잡이 김현석, 장신 공격수 우성용을, 2002한일월드컵 전사인 이을용과 설기현, 김도근 등이 강릉 제일고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 동안 숱한 명승부를 연출하며 동문과 올드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정기전은 강원FC 유스팀 지원 문제와 메르스 사태로 2013년 이후 열리지 못했다.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올해 정기전은 어느 해보다 치열한 접전이 될 전망이다. 강릉제일고가 올해 백운기 전국축구대회에서, 강릉중앙고는 지난해 청룡기 전국축구대회에서 각각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양교의 응원전도 볼거리다. 특히 웃옷을 벗어제치는 ‘보디섹션’은 사관생도 매스게임 못지 않을 정도의 감탄을 자아낼 전망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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