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12> 사실상 승패는 이미 가려졌다. 현장해설자 송태곤 9단은 “그동안 알파고에게 하도 당해서 섣불리 단정하기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이세돌의 승리가 틀림없다. 지금부터 흑이 아무리 잘 둬도 절대로 덤을 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끝내기 과정에서 알파고의 실수가 계속됐다. 17은 <참고1도>보다 한 집 이상 손해다. 23도 완전히 헛수다. 이세돌이 공배를 잇지 않고 24로 상변에서 집을 내고 살아 버리자 차이가 더 벌어졌다. 알파고가 어떻게 해도 자기가 이길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자 전혀 엉뚱한 수를 둔 것이다. 인공지능의 한계다.
흑의 패색이 짙어지자 현장에서는 알파고가 과연 언제, 어떤 방식으로 패배를 인정하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알파고는 승률기대치가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항복하도록 설정돼 있다고 한다. 한참 동안 의미 없는 수순이 이어지다 36이 놓였을 때 알파고의 대리인 아자황 박사 앞의 모니터에 ‘AlphaGo resign’이라는 팝업이 떴고, 이를 본 아자황이 바로 돌을 거뒀다. (33 … ▲, 34 … ●) <참고2도> 1로 반발해도 어차피 흑이 안 된다. 이세돌이 3패 후 1승을 거뒀다. 최강의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인간의 첫 승리였다.
대국이 끝난 후 이세돌은 “바둑 한 판을 이겼다고 이렇게 크게 축하 받기는 처음이다. 정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다. 정말 기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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