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유치원, 초등학교 등 방문
지문과 사진, 보호자 정보 DB 저장
길에서 아이 발견하면 바로 연락
신청 늘어 8세 이하 64%가 등록
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현미(46ㆍ가명)씨는 지난달 2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적장애 1급인 아들 호준(8ㆍ가명)이를 잠시 시어머니께 맡겨 두고 외출한 사이 아이가 맨발로 집을 나간 것이다. 아들은 이사온 지 1년도 안돼 지리에 익숙지 않은 데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화 장애가 심했다. 보호자 연락처나 주소를 새긴 목걸이도 착용하지 않았던 터라 김씨의 걱정은 더욱 커져 갔다. 급한 마음에 112 신고를 하려던 찰나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랑경찰서 중화지구대에서 호준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희소식이었다. 김씨는 4일 “경찰 연락을 받고서야 작년에 경찰이 아들 학교를 방문해 지문등록을 한 사실이 떠올랐다”며 “당시엔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한 시간 만에 아이를 찾고 보니 경찰 권유에 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도했다.
최근 학대나 방치로 인한 아동 실종ㆍ유기 문제가 부각되면서 ‘사전지문등록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문등록이 장애아동을 비롯해 의사표현이 미숙한 어린이 실종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등록 신청도 늘고 있는 추세다.
어린이 실종은 발생 후 몇 시간이 사건 해결의 성패를 가른다. 실종 아동 정보가 축적돼 있으면 수색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다. 지난달 10일 전북 익산에서 부모를 잃은 6세 남자 아이가 관할 지구대로 인계됐다. 당황한 아이는 말은커녕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실종 신고도 돼 있지 않아 경찰은 보호자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하지만 2014년 해당 아동의 지문이 경찰 시스템에 저장된 덕분에 부모와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구대에서 연락이 가기 전까지 부모는 아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지문 등록이 아동실종 사건의 ‘골든타임’을 헛되이 날리지 않게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7월 시작된 사전지문등록제는 경찰에 지문과 얼굴, 사진 및 보호자 정보 등을 미리 등록한 뒤 실종자가 발생할 경우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장애인, 치매환자 등 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제도 도입 후 최근 3년 간 지문등록을 통해 찾은 실종자는 매년 30건 미만에 그쳤지만, 올해는 4월까지 벌써 지난해(29건) 절반 수준인 14건이 해결됐다. 특히 지금까지 보호자를 찾은 166건의 실종 사건 중 99건이 8세 이하 아동일 만큼 지문등록은 어린이 실종 해결에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초 잇따라 터진 아동 학대ㆍ유기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부모들의 관심도 증가해 3월 현재 전국 8세 이하 아동의 64%가 경찰 사전지문등록 시스템에 이름을 올렸다.
경찰은 7월까지를 사전지문등록제 집중 권장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를 찾아 등록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매년 아동실종 사건이 1,500건 이상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지문등록 활용 빈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개인정보 유출 등 지문등록에 따른 보안 우려를 불식시켜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 정보를 맡길 수 있는 데이터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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