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치러질 게 확실해졌다. 그제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트럼프는 과반수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1,237명의 80% 이상을 확보했다. 이변이 없는 한 7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주류 지도부가 꾀했던 중재전당대회가 아니라 트럼프 후보 지명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후보 등장은 미국 정계와 전세계에 엄청난 혼란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당 정체성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트럼프에게 후보 자리를 안겨야 하는 공화당의 충격과 혼란은 말할 것도 없다. 160년 전통의 공화당이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트럼프가 주창한 분열과 차별의 정치가 미국 정치에 태풍을 몰고 온 데는 보수 유권자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당파적 이익에만 매달렸던 공화당의 책임이 크다. 세계화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소득 불평등에 따른 양극화로 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는데도 공화당은 월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급급했고, 민주당과의 정쟁에 몰두했다. 정치권에서 위안을 얻지 못한 분노한 민심이 선동가에 의해 파괴적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미국 경선이 보여 준 셈이다.
트럼프 돌풍은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이 제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 심지어는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철회하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경제에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발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 폐기해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에는 무려 45%의 관세를 붙이겠다고 공언하는 등 극단적 보호무역정책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자유무역으로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이지만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유권자의 밑바닥 정서가 이렇다면 본선에서도 그의 고립주의, 미국 중심주의 외교ㆍ경제 정책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선 과정에서 쏟아낸 막말과 극단적 공약으로 보아 그가 미국 대통령 감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 아래 대응책을 면밀히 강구해 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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