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고위층 친인척의 ‘파나마 페이퍼’ 연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때마침 관영매체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가족ㆍ친인척 관리 강조 발언을 비중 있게 전했다. 이에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파벌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대대적인 사정 한파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최근 입수한 파나마 페이퍼 자료에 따르면 자칭린(賈慶林)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사위인 리보탄(李伯澤) 베이징자오더(昭德) 이사장이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자 전 상무위원은 앞서 리 이사장의 딸이자 외손녀인 리쯔단(李紫丹)이 미국 스탠퍼드대학 유학 시절 조세회피처에 역외기업을 설립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어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이 당 간부들에게 가족ㆍ친인척 관리 강화를 주문한 지난 1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전체회의 강연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시 주석은 강연에서 “당 간부들은 스스로 높은 윤리도덕 기준을 설정하고 가족과 친인척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특히 간부 자녀들은 한번이라도 법을 어기면 일벌백계로 당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반(反) 부패 활동이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미완성 건물’이 결코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패분자에 대해서는 계속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벌 조성과 그에 따른 폐해 사례를 열거한 뒤 단호한 대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 정가에선 이번에 추가로 파나마 페이퍼 연루 사실이 드러난 자 전 상무위원의 사위가 부패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화권 매체들은 최근 장웨(張越) 허베이(河北)성 정법위원회 서기가 기율위 조사 과정에서 리 이사장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부패척결의 칼날이 자 전 상무위원을 직접 겨냥하는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시 주석의 부패척결 드라이브가 내년 제19차 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 체제를 굳히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현 지도부 구성 당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리커창(李克强) 총리 1명만을 배출했을 만큼 다소 힘이 빠진 상태다. 태자당(혁명원로나 고위관료 자제 출신) 출신인 시 주석으로선 맞수인 상하이방 측의 힘을 빼놓으려 할 공산이 크다. 전임 최고지도부의 일원이었던 자 전 상무위원은 상하이방 출신이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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