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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Vocabulary Development (어휘력 향상)

입력
2016.05.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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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말을 배우는 첫 단계는 ‘물건 이름(object name)’이라고 한다. 만 18개월이 되면 유아는 약 50개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사과, 배, 책상, 강아지 등의 사물 이름을 중심으로 언어의 1차적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애완 동물(pet)’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익히기보다는 그냥 ‘that animal’이라 해도 무방하다. 주홍색과 주황색을 혼동해도 문제삼지 않는 단계이다. 떠돌이 개를 보고 ‘검은 개’, ‘흰 개’라고 구분하는 것이 1단계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 등을 구분하는 게 2차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다. 2차 단계의 만 3~5세 무렵에는 대화를 통해서 어휘를 배우기도 하지만 독서를 통해서도 배운다. 이 때가 어휘력 습득의 최적기이고 이 과정에서 ‘좋은 input’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또한 만18개월 때부터 7세 사이에는 발음도 체계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 때 원어발음을 자주 듣는 것이 이상적이다.

1차 단계가 하나의 ‘점’에 해당한다면, 2차 단계는 ‘평면’에 해당하고 3차 단계는 ‘입체’다. 처음에는 물건을 보고 ‘이름’을 기억하지만 어른이 되고 지식이 많을 수록 ‘아는 지식에 해당하는 단어를 찾아내는’ 역순의 학습을 하게 된다. ‘이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생각하는 단계는 초등 과정 때부터 가능해진다.

‘그 여자는 매우 참하다’를 어느 중학생은 ‘She is very nice’라고 하겠지만 어느 대학생은 ‘She is very charming’이라고 말할 수 있고, 영어 좀 하는 성인이라면 ‘She is decent’라고 말할 것이다. 정확성과 의사 전달의 효과 면에서 영어 숙달자의 표현이 가장 멋지다. 관심과 언어 능력에 따라 표현의 초점이 다를 수 있고 그렇게 골라 쓰는 단어가 곧 지식의 척도가 된다.

이미 소개했던 것처럼 Labov, Fisher, Perelman 같은 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중산층일 수록 ‘일상언어(Casual speech)’보다 ‘신중한 언어(Careful Speech)’의 사용 빈도가 몇 배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가계 수입이 많을 수록 미국의 대입 학력 평가 시험인 SAT시험에서 어휘 점수가 높게 나온다. 이 역시 환경이 어휘력에 영향을 주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부유한 가정이 아니더라도 ‘독서와 외부의 자극’만 충분해도 똑같은 효과는 나타난다. 단어와 표현의 정확한 습득이 회화 책을 암기하거나 단어 암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asy = 쉬운’이란 기본 뜻도 중요하지만 ‘easy=천천히, 차분히, 여유 있게, 살살, 조심해서’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 것을 아는 것이 입체적인 학습이다. 이런 폭 넓은 습득을 겪어야 현지 원어민과 똑같은 어휘력이 된다. 이렇게 언어 감각(sense data)까지 곁들여야 나중에 정확한 의사 전달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성인이라면 애인끼리의 사랑(love)과 부모의 사랑(affection)을 구별해서 사용하는 3차 단계인데 이 과정에서는 꾸준한 학습이 더욱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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