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ㆍ호서대 등 압수수색…검사 2명 수사팀 충원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성 검증과 관련,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작성해 준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교수가 긴급체포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4일 서울대 수의과대 조모(56) 교수를 증거인멸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이날 조 교수의 연구실과 자택, 다른 보고서를 작성한 호서대 유모(61) 교수의 연구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실험 일지와 개인 수첩, 연구기록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하자 옥시 측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독성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두 교수에게 살균제의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옥시는 연구용역비로 서울대에 2억5,000만원, 호서대에 1억원을 지급하고, 자문료 명목으로 두 교수의 개인계좌로 수천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론을 포함한 연구 보고서를 건넸고, 옥시 측은 올해 1월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본격화하자 이 보고서들 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골라 검찰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교수를 상대로 뒷돈을 받은 대가로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조 교수에 대해선 증거인멸과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유력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등에 관한 증거를 없애는 것뿐 아니라 증거의 효력을 없애거나 약화시키는 경우, 증거를 가공해 증거로서의 효력을 바꿀 때도 적용된다. 또한, 옥시가 자문료 명목으로 건넨 돈의 대가성이 확인되면 뇌물수수 혐의도 받게 된다. 2014년 법인화해 서울대 교수는 더 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니지만 법인화법에서 형법상 뇌물 관련 범죄에 대해선 공무원으로 의제해 처벌하도록 규정해 조 교수에게는 뇌물수수 혐의가, 사립대 소속인 유 교수에게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이르면 5일 조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유 교수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옥시의 전 광고 담당 임직원 2명과 살균제의 개발ㆍ제조를 담당한 옥시 연구소 연구원 등 3명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허위 광고를 한 과정에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르면 다음주 초 신 전 대표를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 관계자들도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와 방위사업수사부, 총무부 등에서 검사를 3명 충원한 데 이어 최근 2명의 검사를 추가로 투입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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