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스포츠 스타들은 이른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골퍼들도 마찬가지이다. 선수들이 입는 골프웨어에는 다양한 로고들이 박혀 있는데 위치에 따라 메인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로 나뉜다. 대개 모자 정면과 왼쪽 가슴에는 메인 스폰서의 로고가, 오른쪽 가슴이나 등에는 서브 스폰서인 골프용품업체들의 로고가 붙는다.
정상급 골퍼들의 경우 로고 하나에 거액의 돈이 오간다. 지금까지 '잭팟'을 터뜨린 선수들로는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와 김미현(39), 김효주(21ㆍ롯데), 박인비(28ㆍKB금융그룹) 등이 꼽힌다. 박세리는 2001년 CJ와 5년 계약을 맺으면서 역대 최다인 연간 20억 원(별도 인센티브 3억 원 수준)을 받았다. 동시대를 풍미한 김미현도 2002년 KTF(현 KT)와 3년간 매년 10억 원씩, 총 30억 원에 재계약했다. 1999년 계약시 조건인 3년간 15억 원에 비해 100% 인상된 액수다. 당시 KTF는 김미현이 우승할 경우 상금의 50%, 2~5위 입상시 상금의 30%를 추가로 지급하고 옷과 용품도 지원하기로 했다. KTF가 김미현에게 실제 지급한 액수는 연간 15억 원에 육박했다.
▲ 김효주/사진=LPGA 제공.
'천재골퍼' 김효주(21ㆍ롯데)는 2014년 만 19세의 나이에 메인 스폰서 롯데와 2019년까지 5년간 총 65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성적(우승시 상금 70%, 5위 이내 30%)에 따른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LPGA 상금랭킹 1위 달성시 3억 원, 세계랭킹 1위 5억 원(이상 계약 기간 내 1회 지급), 그랜드슬램(커리어 그랜드슬램 포함) 10억 원 등 조건도 공개됐다. 이는 신지애(28ㆍ스리본드)가 2009년 미래에셋과 계약하면서 받은 연간 10억 원을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며 박세리와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의 몸값도 연간 최대 10억 원 가까이 된다. 2013년 박인비가 메인 스폰서 KB금융그룹으로부터 받은 연간 계약금은 기본 3억5,000만원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최대 5억 원까지 총 10억 원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는 구체적으로 우승시 우승상금의 50%, '톱5' 진입시 30%, '톱10' 진입시 20%를 받는 것으로 돼 있다.
최정상 골프가 아니더라도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면 억대 계약은 가능하다. 2년차 기대주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지한솔(20)은 데뷔 때인 2014년 12월 호반건설과 연봉 2억 원, 동계훈련지원비 2,000만 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및 경기력 향상을 위한 각종 물품 지원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스폰서들이 골퍼들에게 큰 돈을 투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업은 선수를 통해 매출과 주가, 광고 효과를 수직 상승시킬 수 있으며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을 받는다. 박인비의 서브 스폰서인 와이드앵글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박인비의 의류 후원으로 얻는 대략적 광고 효과는 1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업 매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광고나 이미지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선수들도 스폰서가 있으면 안정적으로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금전적 지원으로 활동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자신의 인지도도 한껏 높일 수 있다. 한 유명 여자프로는 과거 통화에서 "투어 상금랭킹 20위 이내 들지 못하는 선수들은 수입보다 지출이 더 클 수 있다"고 털어놨다. 스폰서 없이는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스폰서와 골퍼는 계약을 통해 서로 이기는 '윈-윈'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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