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영국 런던시장 선거에서 파키스탄계 사디크 칸(45) 하원의원의 당선이 유력해 ‘사상 첫 무슬림 런던시장’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후보인 칸 의원이 보수당 잭 골드스미스(41) 하원의원을 20% 포인트 앞서며 판세를 굳혔다고 보도했다. 유럽 전역에서 반 무슬림 정서가 확산되고 있고,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현 런던 시장이 골드스미스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돌풍’에 가까운 선전이다.
칸 후보는 1970년 런던의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에서 8형제 중 5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버스기사, 어머니는 재봉사였다. 노스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인권변호사로 활동했으며 2005년 정계에 뛰어 들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런던 남부의 다문화 지역인 투팅에서 3선을 했으며, 노동당 집권 당시 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칸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파키스탄에 있는 친척에게 계속 돈을 보내야 했다”며 “부모님은 물론 나도 어렸을 때부터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신문배달을 하고, 방학 때는 공사장 막일을 하며 생계를 도왔다고 덧붙였다. AFP는 어려운 배경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난 칸 후보의 스토리가 마치 ‘현대판 동화’로 여겨지며 런던 시민을 매료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자인 골드스미스 후보는 할아버지와 부친이 영국 하원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으로 전형적인 엘리트 집안 출신이다. 아내도 금융 명문가 로스트차일드 가문 출신이다. 골드스미스 선거캠프 측은 칸 의원의 우세가 이어지자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옹호해왔다는 흑색선전을 펴 논란이 일고 있다. 칸 후보가 인권변호사 시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변호했다는 것이다. 칸 후보는 이에 대해 “동성 결혼을 주장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며 “보수진영의 네거티브 캠페인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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