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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인영, 음악에 빠진 야구여신 "물 흐르듯 내 얘기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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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인영, 음악에 빠진 야구여신 "물 흐르듯 내 얘기 썼죠"

입력
2016.05.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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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O리그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야구팬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야구 여신' 정인영 아나운서가 간판으로 활약하던 KBSN을 떠난다는 얘기였다.

아나운서들의 '프리 선언'이 새삼 놀라울 일도 아니다. 하지만 야구만큼 설레게 했던 '야구여신'의 경기 요약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에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정인영의 마음은 더 아팠다. 4년 간 숙명처럼 함께했던 야구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서글펐다.

이러한 감성은 지난 1월 발매된 음반 '전보'에 오롯이 묻어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싱어송라이터 이솔과 우연치 않은 계기로 탄생된 앨범이다. 정인영이 작사를 도맡았다. 노랫말 구석구석 그녀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야구여신'의 인생, 음악, 야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잠실 야구장에서 만났다.

심재걸기자 <a href="mailto:shim@sporbiz.co.kr">shim@sporbiz.co.kr</a>

-'야구 여신'은 역시 야구장에 있어야 어울린다.

"정말 너무 오고 싶었다. 올 시즌 처음이고 반 년만이다. 그렇게 밥 먹듯 들어선 곳인데 오늘은 딱 들어온 순간 심장이 무척 뛰었다."

-이제는 작사가라고 불러야겠다.

"아나운서가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뮤지션 언니와 만든 앨범이다. 우리의 지금을 기억해놓자고 언니가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글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데 생각이 가는 데로 물 흐르듯 써봤다."

-자신의 얘기를 많이 담았나.

"거의 내 얘기다. '서른애'라는 노래가 무척 애착이 간다. 멜로디도 따뜻하게 나왔고 가사도 정말 30대가 되면서 느낀 것들을 얘기하듯 썼다. 서른이 되면서 더 좋았다. 이상하게 20대로 돌아갈 생각이 별로 없다."

-다들 한살이라도 어리길 바라는데 의외다.

"'내게서 놓아준 것보다 지금 얻은 것들이 좋아'라는 부분이 있다. 지금 딱 내 마음이다. 물론 20대로 돌아가면 체력도 좋을 것이고 피부도 좋겠지만.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편해진 지금이 더 좋다."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편해졌나.

"안 될 걸 알면서도 전전긍긍하는 게 없어졌다. 예전에는 양손에 다 쥘 수 없고 하나는 버려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했다. 그러면서 둘 중 하나도 못 챙겼다. 이제는 선택할 수 있다. 그 책임도 질 수 있게 됐다."

-무엇을 그렇게 쥐고 있으면서 고민했나.

"20대에 너무 치열하게 살았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누구와 친해지면 급속도로 깊숙이 알려고 했다. 상처를 받아도 세게 받았다. 일할 때도 너무 치열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불안했다. 주7일 일했는데 안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너무 이상했다. 내가 지금 20대였다면 불안해서 못 견뎠을 것이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20대에 꿈꾸던 것은 뭔가.

"40대에도 멋진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초석을 다지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서 더 치열했던 것 같다. 좋은 후배를 키워내고 싶었고 나도 좋은 방송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욕심이 많았다."

-잘 했고 인기도 높았는데 결국 무엇 때문에 아나운서 자리를 잠시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내 마음 같지 않은 게 어디 이 것뿐이겠는가. 회사와 의견 조율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게 됐다."

-생각이 굉장히 많았던 시기에 가사를 썼나.

"일부는 재직 중에 썼고, 퇴사 직후 쓴 것도 있다. 그 시기에 얻었던 깨달음? 그런 것들을 가사로 썼다. 너무 화가 나고 힘들고, 그런 감정들은 실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다 내 얘기를 가사에 썼네(웃음)."

-앨범이 처음 나왔을 때 어땠나.

"너무 좋았다. 앨범을 처음부터 들으면 이야기처럼 흘러가서 더 좋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분들이 들으면 좋을 것이다. CD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레이션 트랙도 있다. 3분 간 혼자 떠든다. 둘 중 하나다.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사라지거나 눈물이 나거나."

-'복면가왕'도 잘 봤다.

"아직도 '복면가왕'은 부끄럽다. 너무 떨렸다. 사람들 앞에 많이 섰지만 노래하는 건 처음이라서 미치겠더라. 재즈를 무척 좋아해서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고음이나 가창력은 장담 못한다(웃음). 좋은 노래 작사를 계속하고 싶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계획이다."

-'야구 여신'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나.

"당연히 있다. 너무 좋아하니 어떻게든 하고 싶은 생각이다.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언제가 될 지 모르니 늘 준비하고 있다. 야구는 정말이지 연애를 하다 보니 더 좋아진 사람 같다. 왜 좋으냐고 물어보면 딱히 답을 못 찾을 정도로."

-앞으로의 정인영은?

"스포츠 이벤트가 많은 해다. 올림픽 때 무언가 하고 싶다. 방송 혹은 올림픽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겠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다시 야구 관련 소식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정인영은 언제나 야구와 함께 있는 사람,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사진=임민환 기자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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