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제 정상화 방안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김동호(79)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의 새 조직위원장 추대에 대해 원론적으로 합의했으나, 정관 개정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퇴진과 영화제의 자율적 운영을 놓고 부산영화제와 부산시, 영화인들이 갈등을 빚으며 좌초 위기에 놓였던 부산영화제가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영화계에 따르면 부산시와 부산영화제는 김동호 명예위원장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키로 잠정 합의했다. 영화제가 김 명예위원장으로 새 조직위원장으로 추천하고 부산영화제가 이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 명예위원장은 수락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명예위원장의 조직위원장 추대는 영화제가 파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부산영화제는 자율성 확보를 위해 부산시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민간 조직위원장 선출을 주장해 왔고, 이를 위해 영화제 정관 개정까지 추진해왔다. 부산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던 조직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즉각적인 정관 개정까지는 무리라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는 이용관 전 위원장의 검찰 기소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가 다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화계에는 갈등이 이달까지 지속되면 올해 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영화계는 김 명예위원장의 영화계 영향력과 평판을 기대하는 눈치다. 영화진흥공사 사장과 문화부 차관을 지낸 김 위원장은 부산영화제의 상징적 인물로 통한다. 부산영화제 출범 때부터 2010년까지 집행위원장을 지내며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2010년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됐고, 단편영화 ‘주리’를 발표하며 감독 데뷔식도 치렀다.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부산영화제와 부산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을 두고 갈등을 벌였고, 이후 부산시의 영화제 감사, 이용관 위원장 사퇴 종용, 이 위원장과 사무국장에 대한 검찰 고발, 이 위원장의 재선임 불발에 다른 사실상의 해촉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영화인들은 부산시의 개입으로 영화제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고, 독립성 보장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올해 부산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지난달 선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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