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원화가치를 절하하려 한다는 미국의 의심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난해 10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직접 설득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달 30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는 것에 박 대통령의 논리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외환당국의 환율 양방향 미세조정 노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상승(원화가치 하락)할 때 오히려 우리 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달러를 파는 ‘매도 개입’으로 환율을 안정(원화가치 상승)시키려 노력했다. 대미 수출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환율 상승만을 일방적으로 유도한 게 아니라,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적절한 양방향 조치를 했다”는 취지로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회담의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정부 인사는 “박 대통령은 외국 정상을 만나 꼭 풀어야 할 현안이 있을 경우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환율 정책 관련 자료와 수치까지 제시하며 끈질기게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 3월 말 다시 워싱턴에서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여서 환율 문제는 집중적으로 의논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은 실제 우리 당국이 매도 개입으로 원화가치 하락을 방어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을 중국 독일 일본 등과 함께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해 일단 ‘경고’만 보냈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됐다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무역교류에서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환율의 급격한 오르내림을 막기 위한 외환당국의 변동성 관리도 제약을 받았을 수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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