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체제 유지 명분 사라지고
文 전 대표와 소원해져 입장 선회
경제문제 정통ㆍ진영 매몰 안돼
당내 대선 주자들 러브콜 가능성
킹메이커로 다시 부상할 수도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시기 논란이 마무리되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당분간 전대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됐다. 4ㆍ13총선 때와 같은 막강 권한을 행사할 순 없지만, 경제 현안에 목소리를 내면서 내년 대선까지 역할을 모색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3일 “계파를 떠나 김 대표가 대선까지 더민주가 수권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면서 “김 대표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당무위원ㆍ당선자 연석회의에서는 비대위원인 김영춘 당선자의 제안으로 경제비상대책기구 설치와 그 구성의 권한을 김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의결했다. 당장 이 기구를 중심으로 김 대표가 경제위기 극복과 수권정당화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향후 행보 구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당초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민주화와 구조조정 등 최근 경제이슈를 앞세워 정국을 주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 유지의 마땅한 명분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당내 지지세력이던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입장 선회가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 김 대표 측은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손혜원 당선자가 ‘노인은 바뀌지 않는다’며 비판한 것에 대해 김 대표가 상당히 불쾌해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대표를 영입할 당시만 해도 “당을 대선 때까지 이끌어 달라”고 했던 문 전 대표가 총선 직후 등을 돌렸다는 불신도 함께 깔려 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김 대표가 경제 문제에 정통하고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아 대선에 앞서 당내 대선주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 경우 대권 레이스의 밑그림을 그리는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론이 재부상할 수 있다. 김 전 대표가 전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비례대표 직을 던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대표와 가까운 최운열 비례대표 당선자는 “김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내 다수인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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