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 경선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2016년 미 대선 본선에서 맞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격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 예측시장에서는 아직 7대3 비율로 클린턴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앞서는 여론 조사도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현재 정치ㆍ사회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본선은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박빙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미국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 집계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 최신 조사(4월27∼28일ㆍ1,000명)에서 트럼프가 41% 지지율로 39%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2%포인트 앞섰다. 지난 2월 USA투데이(트럼프 45%ㆍ힐러리 43%) 조사에서 반짝 앞선 적이 있지만, 맞대결 구도가 가시화한 이후 트럼프가 이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는 지난 4월 실시된 7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평균 47.1%로 트럼프(40.4%)를 앞서지만, 트럼프의 본선 진출이 굳어지면서 최대 11% 포인트였던 격차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밝혔다.
라스무센 조사는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기존 관측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다. 특히 상대 진영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로는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오히려 경쟁력이 높았다. 클린턴 전 장관의 민주당 내 지지율은 77%, 트럼프의 공화당 내 지지율은 73%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민주당원과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15%의 지지를 얻은 데 반해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원과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서 7%를 얻는 데 그쳤다. 트럼프가 클린턴에 비해 지지세 확장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유권자 인종 구성과 의식, 정치사이클 등의 요소를 볼 때 공화ㆍ민주 양당 박빙 구도가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저학력ㆍ저소득 백인 유권자 비율이 감소하는 건 민주당이 유리하지만, 정치적 환경은 공화당 쪽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전체에서 백인 유권자 비율은 4년 걸러 대선이 치러질 때마다 2%포인트씩 하락하고 있다. 백인 중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율은 4년마다 1%포인트씩 늘어나지만, 저학력자 비율은 3%씩 감소하고 있다. 이는 저학력 백인 유권자가 지지계층인 트럼프에게는 치명적 변화다. 트럼프는 예비 경선에서 백인 투표율이 높아진 것에 기대하지만, 본선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히스패닉 참여도 늘어나 백인 투표율 제고 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화ㆍ민주당이 번갈아 백악관을 차지해온 흐름에서는 공화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과 같은 정파 후보는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때문에 4, 5%포인트 감점 요인이 발생한다는 게 미 정치판의 경험칙이다. 실제로 로널드 레이건(40대) 뒤를 이어 조지 H. 부시(41대)가 당선된 1988년 이후 같은 정파가 3연속 대통령을 낸 사례가 없다. 위스콘신대 정치학과 박홍민 교수는 “공화ㆍ민주 지지자들은 철저히 당파적 성향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대권 향방은 10~15% 가량의 무당파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그림 2 미국의 연도별 중위 가구 실질 임금. 2016년에도 2008년 이전을 밑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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