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몰고 온 케이블채널 Mnet의 ‘슈퍼스타K’ 시리즈가 풍전등화 처지에 놓였다. 오는 8월 방송 예정인 ‘슈퍼스타K 2016’의 예선 규모가 반토막 나면서 프로그램의 존폐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란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슈퍼스타K 2016’ 관계자는 3일 “국내에선 서울 외 지역의 현장 예선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9년 첫 출범 이후 지역 현장 예선을 하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방송된 ‘슈퍼스타K7’도 부산·대구·제주 등 국내 8개 지역에서 넉 달에 걸쳐 예선이 진행됐는데, 올해는 5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만 국내 현장 예선이 치러진다.
제작진은 지역 현장 예선을 폐지한 이유로 “시대가 모바일 환경으로 변화해 모바일을 통한 지원 접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제성이나 시청률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얘기가 나온다. Mnet 관계자는 “‘슈퍼스타K 2016’ 제작 예산이 예년과 비교해 많이 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선두주자였던 ‘슈퍼스타K’는 최근 몇 년 사이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화제성을 비롯해 시청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11월19일 방송된 ‘슈퍼스타K7’ 결승전 시청률은 tvN·Mnet 채널을 합산해 2.4%(이하 AGB닐슨 기준)에 그쳤다. 배관공 출신 허각의 우승으로 큰 반향을 불렀던 2010년 ‘슈퍼스타K2’ 결승전 시청률 18.1%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청자들이 7년 동안 큰 변화가 없는 안이한 진행에 식상해 등을 돌린 탓이다. 2012년 ‘슈퍼스타K4’에서 준우승한 밴드 버스커버스커를 제외하곤 걸출한 오디션 스타를 배출하지도, 음악적인 새로움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무리한 편집으로 ‘악마의 편집’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SBS ‘K팝 스타’ 등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한 가운데,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한데다 힙합과 전자음악 등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미국의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도 최근 폐지가 결정됐다”며 “일반인 대상 가창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소재 자체가 수명을 다해가는 상황에서 생명력을 이어가려면 가요계 원석 발굴이란 오디션의 가치에 집중하면서 제작 방향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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