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 유린 문제에 연루된 관계자들에 대해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만을 이유로 북한 관리를 상대로 제재를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미일의 북한인권문제 공조’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납치 등 북한 인권 유린 문제에 책임이 있는 개인들을 상대로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 신문은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운영에 관여한 고위 관계자 10명 정도가 ‘인권 가해자’로 간주될 것”이라며 “이르면 이달 중에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재 대상자는 미국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입국도 금지된다. 다만 북ㆍ미 관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킹 특사는 또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 발생한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 사태를 거론하면서 “과거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 적이 있는 중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놀랍다”며 “이는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북한에 대한 실망감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는 앞으로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도록 더 큰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미일 3국의 북한인권 담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3국의 북한인권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측 대표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는 “반 인도범죄에 대한 처벌을 실제로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북한 지도자를 유엔 안보리를 통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며 “안보리를 거치지 않고 ICC가입국 정부가 북한 지도자를 제소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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