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챙기겠다” 朴대통령 압박에
공공기관 35곳 추가로 도입 동의
노사 합의 없이 강행 사례 속출
갈라섰던 양대 노총 공동 대응키로
5월이 ‘공투(公鬪ㆍ공공 부문 노동쟁의)’로 뜨거울 조짐이다. 지난달 20대 총선 패배로 입법을 통한 노동개혁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정부가 공공기관 대상 성과연봉제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노정 관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참여를 계기로 갈라섰던 양대 노총이 성과연봉제 저지를 명분으로 다시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공공노련과 공공연맹, 금융노조(이상 한국노총),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이상 민주노총) 등 두 노총 산하 공공 부문 5개 산업별 노조와 연맹들은 이날 회의를 열어 공동대책위원회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기관장 워크숍과 국회 개원이 예정된 다음 달까지 기관들과 집중 교섭을 벌인 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10월쯤 파업에 들어간다는 것이 공대위의 전략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노숙 투쟁’ 중인 양 노총 소속 공기업 노조 대표들은 기한(4월 말)을 연장, 이달 말까지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탄 건 지난달 22일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이후다. 정부는 5월 내 도입 절차를 마치는 기관에는 경영평가 가점을 주고 조기이행 성과급도 지급하겠다는 유인책을 제시했으나 대통령 언급 직전(20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한 기관은 5곳뿐이었다. 그러나 29일 기획재정부는 40곳이 노사 합의나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열흘 새 35곳이 정부 추진 계획에 동의한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압박에 절차를 무시한 도입 강행 사례가 속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29일 노조 동의 없이 제도 도입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려다 노조가 반발하자 장소를 옮겨 이사회를 열어 의결했다. 부산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등도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제도를 도입한 곳들이다.
일부의 임금을 올려주면 다른 일부의 임금이 깎이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때처럼 노동자한테 불리하게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바꿀 경우 과반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는 “단체협약으로 정한 임금체계를 노사 합의 없이 변경하는 것은 노조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는 성과급제 적용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석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은 “상대평가를 통한 강제 서열화와 차등 보상으로 조직 구성원 간 협업보다는 경쟁을,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공공서비스 비전 대신 단기 성과를 중심에 놓는 조직 운영은 공공기관의 존립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관과 사업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지금처럼 정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획일적인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법을 마련할 여지를 정부는 주되 노조도 무작정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절충을 시도해야 접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개편 방안
* 2016년 5월 내 도입하는 기관에는 경영평가 가점 부여하고 조기이행 성과급 지급
<자료: 기획재정부>
◆ 개편안 적용 뒤 공기업 4급 직원 간 연봉 차(단위: 원)
* 연봉 3,600만원(월급 300만원) 및 성과연봉 최고 120%, 최저 60% 등 가정한 시뮬레이션
<자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