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규대출 당분간 중단”
조선ㆍ해운사들의 연쇄 위기로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는 농협금융지주의 김용환 회장이 3일 “당분간 대기업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부실자산은 한번에 정리하고 가겠다”며 ‘비상 경영’의 각오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쓰나미급의 산업재편이 올 것”이라며 “대비 차원에서 빅배스(Big Bath)를 통해 조선ㆍ해운업 등 5대 취약업종에 물린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빅배스란 누적된 잠재 부실 요소를 한꺼번에 회계장부에 반영해 정리하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김 회장은 “올해 1분기에 조선ㆍ해운사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는데 현재 추세로는 2ㆍ3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앞서 농협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거래 기업들의 잇단 부실로 작년 부실채권이 1조4,000억원 급증하면서 다른 시중은행보다 부실채권 비율(2.27%)이 2배 이상 높아졌다. 그 여파로 지난 1분기 충당금을 대거 쌓으면서 순이익(322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64.2%나 줄었지만 앞으로도 충격이 계속될 거란 의미다.
김 회장은 “그간 다른 금융지주사나 은행은 최고경영자 교체기에 빅배스를 통해 부실을 정리해 왔지만 농협은 제 때 하지 못했다”고 고백한 뒤, “적자가 나더라도 한 번은 정리해야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농협금융의 배당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 대주주 농협중앙회와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농협금융은 당분간 대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을 최대한 자제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앞으로 조선ㆍ해운 등 5대 취약업종에 대한 신규여신은 당분간 취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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