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리앗을 꺾은 다윗에 비유되는 레스터시티의 성공스토리는 K리그 클래식에서 힘겹게 경쟁하는 시민구단들에 귀감이 된다.
1884년 창단한 레스터시티는 1ㆍ2부 리그를 오가다 1929년 1부 리그에서 준우승한 것이 팀 역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그들은 지난 시즌(14위)에도 겨우 1부 리그에 살아 남았다. 시즌 전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예견한 전문가는 당연히 없었다.
그러나 레스터시티는 우승으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프로스포츠계에 저비용 고효율 운영의 새 역사를 쓴 것으로 평가된다.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감독의 지도력이고 둘째 큰 돈을 쓰지 않고 실력 있는 알짜배기 선수를 잘 골라 하나로 만들었다. 이번 시즌 지휘봉을 잡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감독은 무명들을 모아 팀을 재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령이지만 개방적인 성격으로 젊은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 안에서 열정을 끄집어냈다. 실전에선 적재적소의 선수 배치와 교체, 뛰어난 용병술로 팀을 이끌었다.
레스터시티는 가난한 구단들에 희망의 빛을 제시했다. 핵심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다. 이탈리아 축구스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42)의 말처럼 레스터시티는 스포츠에서 불가능이란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구단의 현명한 투자와 좋은 감독, 기량을 갖춘 무명 선수들의 발굴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때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레스터시티가 온 몸으로 증명해냈다.
경기 내적으로도 본받을 점이 많았다. 레스터시티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예리한 역습이 더해지며 반란을 주도했다. 10개월의 장기 시즌에 최적화된 전술적 특징을 K리그 시민구단들이 벤치마킹을 할 만하다.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의 유소년 팀 선수 출신인 김태륭 KBS 축구 해설위원은 “재정이 약한 팀이 리그를 우승한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레스터시티는 스카우트들이 적극 활동해 좋고 적합한 선수를 잘 찾아서 해냈다. 또 레스터시티는 감독이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하다. 나이가 많음에도 젊은 선수들과 소통을 잘했다. 그만큼 선수단을 잘 꾸렸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K리그의 시민구단들이 언젠가 레스터시티처럼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해 김 위원은 “역시 감독이다. 감독과 스카우트들의 능력”이라며 “우리나라는 스카우트 체계가 잘 안 돼 있다. 꼭 필요한 선수를 찾아서 해야 되는데 풀 자체도 적고, 시민구단 같은 경우엔 필요하지 않은 선수를 외부에서 받는 경우도 많아 힘든 측면이 있긴 하다”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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