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만족도 조사를 둘러싼 방송사들의 도 넘은 아전인수식 해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수년 째 공영성과 공정성 실종 비판을 받고 있는 공영방송이 조사결과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며 자사 뉴스까지 동원해 부적절한 알리기에 나서 공영방송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KBS1ㆍ2를 포함해 지상파채널 4개ㆍ종합편성채널(종편) 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시청자평가지수(KI)’에 따르면 KBS1이 KI 7.47점(10점 만점)으로 지상파 중 1위를 차지했다. KBS2(7.13)가 2위를 차지했고, SBS(7.09)와 MBC(7.02)가 뒤를 이었다. 종편은 JTBC(7.34), 채널A(7.06), MBN(7.00), TV조선(6.89) 순이었다.

지나친 자화자찬의 시작은 JTBC였다. JTBC는 이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29일 자사 메인뉴스인 ‘뉴스룸’에서 “JTBC가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방송사 1위로 꼽혔다”고 보도했다.
JTBC는 KI의 보조적 지표로 쓰이는 공정성과 흥미성, 유익성 등 7개 조사항목을 근거로 들며 “KBS1까지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같은 계열사인 일간지 중앙일보 역시 지면을 할애해 “JTBC가 6개 항목에서 단독 1위를 차지하며 공정하면서도 재미있는 방송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KISDI가 애초 지상파와 종편을 구분해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JTBC의 자화자찬은 민망하기만 하다. KISDI는 보고서에서 이미 “지상파(4만6,000명)와 종편(2만6,500명)의 평균 응답자 수가 다르고 평가 프로그램 수 역시 지상파(1,265개), 종편(406개)에 차이가 있어 동일 기준으로 비교 평가하는 건 통계적 문제가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졸지에 ‘2위’가 된 KBS는 강하게 반발했다. KBS는 2일 ‘JTBC가 1위?... 도 넘은 아전인수’란 제목의 온라인 뉴스를 통해 “JTBC가 지상파와 종편을 구분해야 하는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읽어봤는지 의문”이라며 “JTBC의 낯 뜨거운 고의적 오보”라고 비판했다. 또 “공정성 등 7개 항목에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1이 7년 연속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는 자찬도 잊지 않았다.
KI 지수에서 지상파 꼴찌를 기록한 MBC는 참여자들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며 아예 조사 방식 자체를 문제 삼았다.
JTBC의 잘못된 보도도 문제지만 KBS1의 공정성 1위에 대한 자부도, 조사 방식을 문제 삼는 MBC의 항변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두 방송사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축소 보도하고 어버이연합과 관련해서는 침묵에 가까운 보도행태를 보이며 공영방송의 위상을 스스로 저버린 상황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운운하기보다 공영성 및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KBS의 경우 당장 내부에서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본부)는 ‘KBS 어버이연합 보도 은폐 규탄 및 공영성 말살 조직 개편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돈으로 어버이연합을 지원했다면 KBS는 뉴스로 지원했다”고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KBS본부는 “2006년 어버이연합 출범 이후 KBS가 이 단체의 명칭을 거론하며 전한 73건의 뉴스를 조사했더니 대부분 맞불집회나 기자회견 방해 과정에서 이들을 보수단체의 입장이라며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 식이었다”고도 주장했다. 정수영 KBS본부 공정방송추친위원회 간사는 “관제데모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어버이연합에 대해 파헤쳤어야 마땅한 KBS가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공범 노릇을 해왔다”며 “지금이라도 태스크포스 등을 구성해 어버이연합에 쏟아지는 의혹을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기능이 훼손됐다는 점은 이미 미디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KBS와 MBC가 보도를 통한 권력 및 자본 감시 등 퇴색된 공영성을 회복하는 게 다른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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