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출신이 인증 관련 협회장 취임…'관피아 논란'
협회 회원사 제품, 기준 미달해도 안전 인증. 불량품 양산
건설 공사현장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임시 구조물 태반이 불량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3일 발표한 ‘건설자재 품질관리 실태’에 따르면,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협회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안전 인증을 남발했고, 그 사이 불량 자재는 안전 제품으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됐다. 마땅히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할 고용노동부는 손을 놓은 채 책임을 방기했다. 이 같은 총체적 부실 속에 안전 확보를 위해 세워진 임시구조물은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
감사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공사현장 등 18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가설기자재 6종, 116개 표본을 조사한 결과 54.3%에 달하는 63개 표본이 불량으로 확인됐다. 가설기자재는 공사현장에서 근로자의 통로 확보 등을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가 공사가 완료되면 철거하는 임시 구조물로, 가설기자재의 부실은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실제 2015년 1∼8월 5건의 가설구조물 붕괴사고로 3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시중에 유통된 가설 기자재들은 형편 없는 수준이었다. 먼저 강철로 만든 관, 즉 강관을 연결하는 강관조인트의 경우 표본 19개 모두 정상인증품 두께의 60%에 불과해 성능 미달로 판명됐다. 그럼에도 불량 강관조인트를 생산하는 3개 업체는 모두 정상제품으로 인증을 받은 뒤 2011년 6월부터 성능 미달 제품 140만개를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푸집을 지탱하는 파이프서포트 역시 14개 표본 전체가 성능기준에 미달했다. 이들 구조물은 일정한 하중 이상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한 안전인증기준 수치에 최대 77.8% 이상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정 지붕 등 콘크리트 타설 작업 시 붕괴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불량 제품이 유통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명무실한 안전인증 시스템이 결정적이었다. 고용부가 한국제품인정기구(KAS) 인정을 받지 못한 한국가설협회를 가설기자재 위탁안전인증기관으로 지정한 것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특히 고용부 지방청장 출신이 2011년 3월 협회 회장으로 취임해 '관피아 논란'도 불거졌다.
무자격 협회는 안전인증 부여 권한을 남용하며 불량 제품을 마구잡이로 허가해줬다. 2014년 8월∼2015년 11월 협회 부회장이 대표인 건설업체의 기자재 16건에 대해 안전인증을 해주는 등 총 57건에 대해 '셀프인증'을 했고, 특히 회원사가 4년간 110만개의 불량 강관조인트를 제조했는데도 안전인증확인서를 발급했다.
고용부 역시 수수방관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고용부는 2009년 1월 안전인증제도 도입 이후 유통 중인 가설기자재에 대한 성능시험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기자재 안전 관리 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다. 또 한국가설협회에 중고 가설기자재를 등록하면 불량품이라도 근로감독관의 단속 없이 재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등록제'를 운영하는 등 사실상 무분별한 불량 제품 사용을 부추겼다.
이에 감사원은 한국가설협회에 대한 위탁안전인증기관의 지정을 취소하고, 재사용등록제를 폐지하는 한편, 담당자 2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또 미인증 가설기자재를 제조한 업체 등을 고발 조치하고, 시중에 유통중인 가설기자재에 대해 성능 시험을 실시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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