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작품마다 창법을 바꾸면 어떻게 들리시나요?”
빠르게 준비된 답변을 쏟아내던 남자의 눈빛이 반짝, 빛을 낸다. ‘소몰이 창법’으로 여심을 흔들던 가수 박효신이 뮤지컬 무대에서는 깔끔한 진성으로 창법을 바꿨다는 말을 듣자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국내 공연계에서 이제는 거대 기류가 된 ‘가수 출신의 뮤지컬 배우’에 노래 잘하는 가수, 케이윌이 합류한다. 케이윌은 6월 17일부터 8월 21일까지 이태원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주인공 콰지모도 역으로 데뷔한다.
케이윌은 2일 서울 을지로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데뷔 1년 후부터 혼자 오디션을 보러 다녔을 만큼 뮤지컬에 애착을 가져왔다”며 “노래, 연기, 춤이 각각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데 뮤지컬은 이 셋을 다 하는 ‘감동의 집약체’다”라고 말했다.
무명시절 고배를 마신 후 가수활동에 집중하던 그에게 기회가 든 건 작년 10월. 내한공연 중이던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의 콰지모도 맷 로랑이 케이윌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프랑스 프로듀서가 케이윌의 목소리를 듣고는 콰지모도로 적격이라며 그 자리에서 출연 제의를 한 것이다. 닷새 후 열린 오디션에서 그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대성당의 시대’ 등을 부르고 합격했다.
문제는 합격 다음. 케이윌은 “가수는 가사나 노래 콘셉트가 주어지면 노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경험에 대입해 부른다. 뮤지컬은 캐릭터가 처한 시대와 생각,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부터 차이가 나더라”고 말했다. ‘노래 가이드’(신곡을 가수 녹음 전 미리 불러주는 사람) 출신의,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음악감독을 선생님 삼아 최근 발성 공부를 시작했다. “콰지모도는 음역의 폭이 넓은 곡이 워낙 많아 어렵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각오는 하고 있어요. 목소리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제작진이 콰지모도는 거친 목소리보다 캐릭터의 순수함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해주셔서 용기를 내고 있죠.”
케이윌과 콰지모도에 함께 캐스팅된 배우는 뮤지컬계 스타 홍광호와 2007년 한국어 초연 때부터 출연한 베테랑 문종원. 뮤지컬 신인으로서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부담이라기보다 많이 배울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팬이 많은 대작인 만큼 저에 대한 우려가 있을 거에요. 어색함 없이 작품 안에 묻어나 저에게도 관객에게도 ‘기분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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