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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Spiritual but not religious (믿음은 있지만 신앙은 없어요.)

입력
2016.05.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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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흥미로운 답이 나온다. ‘종교는 있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는다’(I do have religion but no relationship.)는 대답이 가장 많고 ‘Spiritual but not religious’(SBNR, 마음으로는 갖고 있을 뿐 특별히 종교는 없다)라고 응답하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하나님은 믿는데 교회는 나가지 않는다’는 의미와 아예 신은 믿지 않으면서 마음과 육체와 영혼을 다스리는 행위인 yoga나 중국의 타이치(tai chi) 우리나라의 태극권 혹은 레이키(靈氣, reiki) 수양을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종교’라는 개념을 ‘믿음을 갖고 반복적으로 취하는 의식이나 행위’라고 정의한다면 이 말은 그럴 듯하다. St. Thomas Aquinas가 말한 식물의 생장혼(anima vegetativa) 동물의 감각혼(amima sensibilis) 인간의 지성혼(amima rationalis)의 분류를 할 필요도 없고 Jessie Penn-Lewis이 말한 영(Spirit)와 혼(Soul)의 구분을 할 필요도 없다.

SBNR은 1960년대 미국에서 자아실현이 활발할 때 나온 얘기다. 그 후 비종교인수가 15%에서 근래에는 20% 이상으로 많아졌는데 미국인의 20%와 30세 미만의 경우 3분의 1이 무종교이고 전체 인구 중 SBNR이라고 대답하는 비중이 37%나 된다고 한다. SBNR은 주로 젊은층과 남성이고 65세 이상은 8%만 이런 태도를 취한다. 이런 특징은 영어권 문화, 특히 북미 지역에 국한되는데 영어에서 spirit의 정의는 문화에 비해 더 좁은 의미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이런 시대적 변화를 두고 ‘You love food, but hate cooking.’(음식은 좋아하면서 요리는 싫어한다)으로 비유하기도 하고 ‘It's harder to be spiritual than religious’ ‘Can you be good without God’처럼 종교를 갖는 것보다 spiritual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 ‘I believe in God but not church.’ ‘I believe in God but I don't go to church.’ ‘I believe in God but not religion.’ ‘I believe in God but not the Bible.’처럼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표현은 ‘X but not Y’의 구조로 ‘X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Y는 아닌’것이다. 접속어로 잘 알려진 ‘last but not least’도 비슷한 예이고 이는 ‘이제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인데’ 의 뜻이다. 이런 말이 우리에게 익숙하게 들리는 이유는 ‘술은 마셨는데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I was drunk but not driving.)와 같은 모순된 표현 때문이다. ‘돈은 받았는데 뇌물은 아니었다’는 말도 같은 부류다. 모두가 종속변수(dependent variable)를 말하는 것이고 이는 실험과 체험의 결과이지 원인과 결과의 산물이 아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무신론자들이 SBNR을 조롱하는 일도 흔한데 말 자체가 모호하고 그만큼 자기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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