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10>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알파고가 1로 백 한 점을 따낸 게 마지막 패착이다. 이세돌이 2로 젖히자 단박에 큰 수가 났다. 흑이 14로 차단할 수가 없다.
이때부터 알파고가 갑자기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대부분의 바둑프로그램이 그랬듯이 알파고 역시 미처 학습하지 못한 수를 접하자 거의 버그 수준에 가까운 터무니없는 실수를 잇달아 저질렀다.
아직 초읽기에 몰린 것도 아닌데 3부터 11까지 마치 시간 연장책처럼 보이는 별 의미 없는 수순이 계속됐다. 특히 좌하귀에서 7, 8은 명백한 악수 교환이다. 거의 덤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이렇게 한참 동안 갈팡질팡하다가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아 13으로 물러섰지만 14로 연결해서 중앙이 돌파됐다. 이래서는 완전히 역전 분위기다.
흑은 이제라도 A로 끊는 게 가장 큰 자리다. 조금 불리하지만 아직 미세한 형세이므로 종반 끝내기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도저히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됐는지 15로 좀 더 버티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이미 형세는 백 쪽으로 기울었다. 이세돌이 16부터 22까지 중앙 백을 살리면서 좌변 흑돌을 공격하자 역시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알파고가 <참고도> 1부터 11까지 뭔가 수를 내보려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13으로 가일수할 수밖에 없다. 이세돌이 14~18로 중앙을 연결해서 백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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