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일본으로 반출해 궁내청에서 보관해오다 90년 만에 한국에 반환한 조선왕조의궤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길례, 흉례, 가례 등 대사를 치르는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상세하게 정리한 책인 조선왕조의궤를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조선왕조의궤는 1,757건, 2,751책으로, 일제강점기 이전에 제작된 어람용(임금 열람용) 의궤와 분상처(分上處ㆍ보관처)가 확인된 분상용 의궤, 분상처가 확인되지 않은 의궤 중 필사본이 포함됐다.
특히 일본 궁내청에 있다가 2011년 환수해 국립고궁박물관이 관리하는 조선왕조의궤 81건, 167책 중 1910년 이전에 만들어진 68건, 122책이 보물이 됐다. 당시 귀환한 조선왕조의궤는 본래 오대산사고, 태백산사고, 정족산사고, 강화사고, 규장각 등에 흩어져 있었다.
이번에 보물이 된 조선왕조의궤 가운데 1,373건, 2,203책은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있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에도 291건, 384책이 있다.
조선왕조의궤는 태조 때부터 편찬했으나 임진왜란 때 대부분이 소실돼 현재는 임란 이후 만들어진 의궤만 남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왕조의궤는 기록문화를 중시하는 조선의 통치이념이 담겨 있다”면서 “약 3,800책을 조사해 분상처가 확인되지 않은 활자본만 제외하고 모두 보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밖에도 서경우와 서문중의 초상과 함, 은제도금화형탁잔, 주역참동계 등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고려 문벌귀족 문화를 보여주는 은제도금화형탁잔(보물 제1899호)은 은에 금을 입힌 탁잔으로 잔과 잔을 받치는 잔탁으로 구성돼 있다. 잔과 잔탁의 형태는 모두 6개의 꽃잎형으로 고려 은제탁잔 중 가장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준다. 조선 중기 문신 서경우와 조선 후기 문신 서문중의 초상 및 함(보물 제1897, 1898호)도 당시 의복의 형태 및 시대성뿐만 아니라 조선 초상화의 우수한 수준을 담고 있다는 점을 인정 받아 보물로 지정됐다.
보물 제1900호로 지정된 주역참동계는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로 간행된 유일한 것으로 1441년(세종 23)에 인출(印出)됐다. 4, 5자의 운문형식이 특징인 주역참동계는 심신수련 방식과 장생불로를 위해 복용하는 단약(丹藥)의 제조법에 대한 후한조 위백양(100~170)의 저술로 조선 초 도가사상과 장례풍속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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