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카메라를 남의 집 현관 앞에 설치해 도어록(전자식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훔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몰래 카메라로 현관문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아내 여성이 사는 오피스텔만 골라 침입한 혐의(주거침입) 등으로 임모(43)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 사는 김모(23ㆍ여)씨의 집에 들어가는 등 2월부터 4월까지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 집 8곳을 10차례에 걸쳐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임씨는 인터넷에서 몰래 카메라 4대를 구입해 보안이 허술한 오피스텔에 들어가 현관문이 잘 보이는 천장 등에 설치했다. 임씨가 설치한 카메라는 화재경보기나 스위치처럼 생겨 피해자들의 의심을 사지 않았다.
몰래 카메라로 집주인이 비밀번호를 누르는 장면을 훔쳐본 임씨는 이후 우편물 수령인 이름을 보고 여성이 사는 집만 골라 침입했다. 점심시간 등 집주인이 집을 비운 틈을 이용해 책상을 뒤지거나 여권 등을 촬영했다.
임씨가 경찰에 덜미가 잡힌 건 몰래 들어간 집에서 집주인과 마주치면서다. 임씨는 지난달 14일 오피스텔에 침입했다가 집 안에 있던 김씨와 맞닥뜨리자 김씨의 얼굴과 몸을 주먹으로 폭행하고 도주했다. 김씨가 피해 사실을 즉각 신고했고, 임씨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은밀한 범행도 중단됐다.
경찰 조사에서 임씨는 사업 실패에 대한 분풀이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모바일 게임 업체를 운영하다 지난 1월 파산 신청을 했다. 세상이 원망스러워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해 여죄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