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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믿었던 이란까지 “비핵화”… 국제 고립감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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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믿었던 이란까지 “비핵화”… 국제 고립감 심화

입력
2016.05.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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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개발 함께하던 동맹국이 美에 이어 한국과도 손 잡아

北, 어느 나라보다 뼈 아파, 내부 엘리트층 동요 가능성

이란과 차원 다른 북핵 해법…이란 중재 역할도 어려워져

박근혜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 오전(현지시간)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한-이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 오전(현지시간)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한-이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북한 비핵화 입장을 지지함에 따라 북한의 심리적 고립감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에 대한 이란의 반대 입장 천명은 달리 보면 국제 사회에 북한의 우군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와 중동 안전 문제를 중요하게 논의했다”면서 “원칙적으로 어떤 핵개발도 반대하고, 특히 한반도와 중동에서 위험한 핵무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북한을 겨냥해 핵무기를 폐기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박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북핵 불용과 북한 비핵화 등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고, 최근 북한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란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열쇠는 한반도 평화 통일에 있음을 강조했고, 이란 측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한국 국민들의 열망에 지지를 표명해줬다”고 말했다.

북핵 불용 및 북핵 폐기에 대한 이란의 지지 표명은 여타 국가와 달리 북한에겐 뼈 아픈 메시지다. 이란은 1973년 북한과 수교 이후 오랫동안 미사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받아온 대표적 반미 국가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으로 꼽은 세 나라가 이란, 이라크, 북한이었다. 특히 이란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지난 십여 년 간 핵 개발 추진으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으며 자력 경제를 도모해왔다.

북한과 이란의 이런 끈끈한 관계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이전부터 ‘이란 역할론’이 제기됐다. 미국과의 핵 협상을 타결 짓고 국제사회에 복귀한 이란 모델이 북한의 변화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북한도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앞서 이란과 북한의 동맹 관계를 과시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며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특히 ‘이란이 개혁개방 경제가 아니라 자립에 기초한 저항 경제를 표방하고 있다’ 거나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미국의 제재 책동을 규탄했다’며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이란 내 보수 강경파의 주장만 부각시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초조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지속적인 파장을 낳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북핵 문제와 관련한 이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란의 지지 표명만으로도 북한에겐 상당한 심리적 내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란이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기 제기돼왔던 북한과의 미사일 거래 의혹과도 선을 그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북한 김정은 정권이 4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한데다 정권 정당화의 치적으로 내세울 게 핵무기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란의 핵포기 사례를 당장 따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지배 엘리트층 내부의 동요는 예상 외로 클 수 있다. 전통적 혈맹인 중국뿐만 아니라 전통 우방국인 이란과 쿠바마저 미국과 손을 잡으면서, 자신들이 그야말로 국제 사회의 외톨이 신세라는 것을 절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민간단체 아리랑협회가 운영하는 ‘메아리’는 이날 오후 늦게 이란과의 북핵 공조에 나선 박 대통령을 향해 “어리석은 타산” “세상물정 모르는 추태”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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