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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만난 탈북자-어버이연합, 결국 돈 때문에 파국

입력
2016.05.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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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

공공연히 ‘靑 비서 연락’ 큰소리

전경련 자금 받아 탈북단체 지원

적응 못해 고립된 탈북자들 호응

탈북단체 대표 보조금 횡령사건

어버이연합서 도움 요청 거부

장부 유출되며 검찰 수사까지

그 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보수진영 간 검은 커넥션은 내부 분열로 실체의 일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10년 간 ‘아스팔트 보수’ 선봉대로 동원하던 탈북자 단체와 금전 갈등을 빚으면서 제 발등을 찍었다. 이제 어버이연합 승승장구의 배경이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관변단체의 자금 지원과 권력기관과의 유착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돈-권력 좇아 두터워진 관계

2006년 만들어진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과 연결 고리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건 보수정권이 시작된 이명박정부 때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때 이 관계는 더 공고해졌다는 게 보수단체와 탈북자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다.

탈북자 단체를 이끌고 있는 A(69)씨는 2일 “2010년쯤 같은 단체에서 일하던 직원 10명 정도가 ‘(어버이연합과 긴밀한 관계였던)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이 어버이연합 집회에 불러서 일당 2만원씩 받고 갔다 온다’고 말했다”며 “그렇게 돈을 받고 갔다 온 것이 이후 수 차례였고 이는 정권이 바뀐 후에도 계속됐다”고 기억했다.

현 정부 들어 이들 관계가 두터워진 데는 관변단체의 자금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본인 명의로 700만원을 탈북난민인권연합 계좌에 입금했다. 이 시기는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으로부터 3년간 5억여원에 이르는 자금 지원을 받던 때다.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어버이연합과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의 밀접한 관계도 결국 돈 문제에서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 등 권력기관을 들먹인 것도 어버이연합의 힘이었다. 탈북단체 관계자 B(78)씨는 “추 사무총장이 청와대 무슨 비서랑 연락한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비서님’ ‘비서님’ 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며 “이런 부분들이 한국 사회 정착이 어려운 탈북자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처럼 남쪽에서도 권력을 쥔 사람들에겐 꿈쩍도 못하는 탈북자 심리를 이용해 행동대원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정황은 추 사무총장의 입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그는 어버이연합 커넥션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달 22일 청와대 관제데모 지시설과 관련, “우리는 지시를 받은 게 아니다. 우린 협의를 했다. 아는 사람이니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추 사무총장과 허현준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수시 통화, 문자 연락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탈북자를 정치 선전도구로

하지만 공교롭게도 어버이연합과 탈북자단체의 관계는 다시 돈 문제로 파국을 맞게 됐다. 김 대표가 지난해 정부 보조금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들 사이도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날 “김 대표가 비리 사건이 터진 후 어버이연합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추 총장이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면서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총무를 맡던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가 추 총장 쪽에 붙자 이들의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어버이연합이 전경련 자금 지원으로 탈북자를 집회에 동원하던 장부 기록이 내부 갈등에 의해 유출되면서 지난달부터 어버이연합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탈북자들을 노려 관제데모에 동원한 대목은 더욱 비판 받아야 할 지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어버이연합 커넥션은 경제적인 도움을 미끼로 약자인 탈북자들을 정치 선전도구로 활용한 셈”이라며 “탈북자들의 한국 사회 정착에 더욱 어려운 분위기만 만들어 놓은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신혜정기자 arete@hankooilbo.com

지난 1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시민단체회원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며 북한 인공기를 찢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시민단체회원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며 북한 인공기를 찢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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