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정상 공동성명 채택
대형 프로젝트 30건 MOUㆍ가계약
“한반도 비핵화” 북핵 공조도 얻어내
靑 “경제외교 사상 최대 성과”
이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42조1,700억원(371억달러) 규모의 사업 수주를 사실상 확정했다. 9조6,000억원(85억달러) 규모의 추가 수주도 유력해졌다. 이란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수도 테헤란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경제협력 방안에 합의하고, 양국 관계 강화 청사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에도 공감을 표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핵 개발에도 반대한다”면서 “한반도와 중동에서 핵무기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오랜 우방인 이란이 북핵과 관련해 우리 정부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도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지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비핵화 공약 등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모두 합해 52조원 규모의 사업 수주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로, 이란을 거점으로 한 ‘제2의 중동 붐’이 기대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란은 올 1월 핵개발 의혹 관련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이후 각국이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371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30건에 대해 양해각서(MOU)와 가계약 등을 맺었고, 이 사업들은 수주가 거의 확실시 된다”고 말했다. 여기엔 대림산업의 이스파한_아와즈 철도 사업(53억달러)과 대우건설ㆍ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바흐만 정유시설 건설 사업(20억달러) 등이 포함된다. 바흐만 정유시설 사업 등은 2차 사업도 따낼 가능성이 높아 수주 규모가 최대 51조8,000억원(456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열쇠는 한반도 평화통일이라고 (로하니 대통령에게) 강조했다”면서 “이란 측은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한국 국민의 열망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소개했다. 로하니 대통령도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응원한다”고 힘을 실었다. 북한과 군사교류를 맺고 핵 개발을 함께 추진해오던 이란의 이 같은 메시지는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상은 또 서울(인천)과 테헤란을 오가는 직항로 개설에 합의하고, 내년을 한ㆍ이란 교류의 해로 지정하는 등 투자ㆍ관광ㆍ문화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란이 약 10년 간의 경제 제재로 사업에 투입할 현금 유동성이 없는 만큼, 수출입은행(150억달러)과 무역보험공사(60억달러) 등을 합해 우리 정부가 28조4,200억원(250억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우리 기업에 제공한다는 내용의 MOU도 이란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체결됐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금융지원 액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테헤란=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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