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암환자 적용 안 돼‥ 적합환자 선별 등 치료기준 필요
환자 스스로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든 ‘면역항암제’ 치료가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말 피부암 흑색종이 뇌로 전이된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뒤 완치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면역항암제는 ‘제3세대’항암제이다. 제1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는 물론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탈모, 구토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화학항암제 부작용을 보완한 항암제가 제2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표적항암제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공격하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환자만 사용할 수 있고 내성이 생겨 약효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전문의들은 암세포를 ‘영민한 도둑’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에는 암세포를 잡는 면역세포가 경찰역할을 하는데 암세포가 우회로를 만들거나 독성을 차단해 면역세포의 검거망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게 위장전술도 사용한다. 암세포를 잡기 위해 면역세포는 암을 인지하고 공격하는 T면역세포를 내보내는데 암세포는 PD-L1 단백질을 분비해 T면역세포의 선봉장인 PD-1 수용체와 결합,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할 수 없게 만든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와 결합하는 것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작용한다. 환자 스스로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국내 의료계도 면역항암제 사용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폐암 위암 두경부암 난소암 대장암 등 12개 암, 24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도 모든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가 분비한 PD-L1를 식별할 수 있는 발현율이 높은 환자에게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호영 한림대 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해 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뿐 아니라 직장생활 등 일상생활 복귀까지 가능케 한 획기적인 항암제”라면서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합환자를 선별하는 등 치료기준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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