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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프리즘] ‘태양의 후예’와 군인에 대한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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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프리즘] ‘태양의 후예’와 군인에 대한 존경

입력
2016.05.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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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그림 1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그림 1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드라마와 영화는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슈퍼 영웅을 만들어낸다.?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 영웅들이나 국내 드라마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멋진 외모에 모든 사람이 좋아할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최근?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주인공 ‘유시진’이라는 군인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중국 등 해외 인기가 높아 글로벌 드라마로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방영된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 ‘군인’이 주인공이 돼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그러고 보면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왜 신선하게 다가온 것일까?

필자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에 일년 반 동안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보스턴은 미국인들이 자랑하는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있고 독립전쟁이 시작된?‘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난 유서 깊은 곳이다.?

필자가 놀란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이 군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었다.?메이저리그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해 돌아온 군인들에게 관중이 모두 기립해 경의를 표하고 박수를 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우리나라처럼 연예인이 시구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이러한 장면은 농구나 미식축구 경기를 비롯해 중요한 행사를 시작할 때도 빠지지 않는다.?거리나 건물의 명칭은 독립전쟁이나 걸프전 등에 참여한 군인들의 이름으로 작명하는 경우가 많다.?군인에 대한 존경은 보스턴뿐 아니라 미국 전역이 마찬가지라고 한다.

연수 당시 보스턴이 속한 매사추세츠 주정부 청사를 방문해 정신보건 담당관과 한국의 현실과 비교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놀란 것은 보건 예산의 상당 부분이 군인들의 복지나 정신건강에 할애되고 있었다는 점이다.?전역 군인들이 정신건강문제가 있을 때 언제든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Crisis Hotline’이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포함한 정신질환의 치료와 관리에도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국가 재원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그들을 위한 상담과 봉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했다.

정신보건 담당관이 질문한 내용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이라크 전에 파병된 군인들이 한국에도 많을 것입니다.?군인들은 전투를 치르고 나서 평생 동안 정신건강에 위기를 겪게 됩니다.?그들을 위해서 국가나 정신과 의사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요?”

필자가 치료하고 있는 군인은 베트남전에서 전우가 사망하는 장면을?40년이 지난 지금도 악몽으로 경험하고 있다. 결국 군인에 대한 존경은 드라마에서 보이는 일시적인 판타지로는 얻을 수 없다.?이 드라마에서 보이는 국민적인 관심이 군인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군인과 전역 군인들의 정신건강 개념과 조기 발견,?도움에 대한 교육이 더 시급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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