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98년 2월부터 주 5일 근무제를 추진했다.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내수 증대를 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노사간 의견 대립으로 6년 5개월 뒤인 2004년 7월에야 단계적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 재계는 “노는 제도를 국제적으로 하려면 일하는 제도 역시 국제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강력 반대했다. 보수언론도 가세했다. 이들에게 ‘노는 문화’는 경제성장의 적이었다. 명절을 앞두곤 “연휴를 반납하고 수출을 늘리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설이 흔히 등장했다.
▦ 정부가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재계 건의를 받아들인 형식이다. 국가장과 선거일을 빼면 네 번째. 박근혜 정부에서만 작년 8월14일에 이어 두 번째다. 1분기 성장률이 0.4%에 머무는 등 소비절벽을 맞아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취지라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임시공휴일의 내수 진작 효과를 1조3,1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쉬면서 1인당 8만 원씩 소비한다는 가정 하에 전체 소비지출액은 1조9,900억 원, 생산 유발액 3조8,500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3,100억 원이나 된단다.
▦ 임시공휴일이 소비진작 효과만 낼까. 생산위축 등 경제효과 상쇄 우려도 크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 광공업생산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2.7%)로 줄었다. 한국은행은 징검다리 연휴가 끼면서 조업일수가 줄어든 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율근무체제를 갖추는 등 휴가를 권장하는 분위기가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재계는 대체휴일제 논의가 일 때마다 공휴일이 연간 3.3일 늘어나면 경제적 손실이 32조원에 달한다며 반대했다.
▦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임시공휴일은 그림의 떡이다. 지난해 임시공휴일에 중소기업의 61%, 중견기업의 40%는 쉬지 못했다. 올해도 중소기업의 63%는 일한다는 계획이다. 하루만 쉬어도 생산과 매출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도 하루 쉬면 임대료와 관리비만 손해 본다. 무엇보다 내수 부진은 일자리 감소에다 수출이 늘어도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요인 탓이 크다. 기업은 돈을 벌어도 가계소득은 정체돼 서민은 쓸 돈도 없다. 그러니 휴일까지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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