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이 미국을 강간(rape)하고 있다”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막말 퍼레이드를 재가동했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맞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그의 막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유세에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론하며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하도록 내버려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강도를 당하고 있는 돼지 저금통과 같다”며 “우리에게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인 2011년에도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고 비판한 적 있지만 유세 중에는 처음이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중국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무능한 미국 지도자들에게 분노한 것”이라고 자유무역주의를 지지해 온 클린턴 전 장관을 공공연히 비판했다.
트럼프는 경선 출마 후 여성과 소수인종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며 주목을 받아 왔다. 다만 지난달 “낙태 여성을 처벌하자”는 발언으로 여성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역풍을 맞고 한동안 얌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주 코네티컷 등 동북주 5개주 경선을 싹쓸이 하며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의 인기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3일 예정된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유권자 49%가 트럼프를 지지해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34%)을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97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트럼프가 57명의 대의원이 걸린 인디애나주까지 점령할 경우 후보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대의원 1,237명)에 성큼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이 트럼프와 클린턴 전 장관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매직넘버(2,383명)에 필요한 대의원 중 2,159명을 확보하며 2위 후보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상원의원(대의원 1,370명)의 추격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다. 인디애나 주에서도 50%의 지지율로 샌더스 의원에 4%포인트 차로 앞섰다. 특히 샌더스 의원의 4월 선거자금 모금액은 2,580만달러(약 294억원)로 3월 4,496만달러에 비해 43.9%나 폭락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샌더스 의원 측의 위축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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