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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사과는 쇼" 피해자들 분통

입력
2016.05.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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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한국법인 대표 면피용 사과

"1,2단계 피해자 보상 마련" 불구

구체적 보상 규모는 안 내놓고

제품 유해성 책임 인정도 회피

피해자모임 영국 본사 CEO 등

8명 살인 등 혐의로 검찰 고발

집단소송도 당겨 16일부터 시작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내고도 이메일 한 통 보내는 사과에 그쳐 공분을 샀던 옥시레킷벤키저가 2일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고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거센 불매 여론과 검찰 수사에 등 떠밀린 뒤늦은 사과여서 논란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는 이날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으신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 드린다”며 “한국법인과 영국본사 모두를 대표해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2011년 사고 이후 5년 만에 사과한 데 대해서는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마련하느라 늦어졌다”고 말했다.

포괄적인 보상 방안과 계획도 제시하긴 했다. 사프달 대표는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로부터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1ㆍ2차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확실(1단계)하거나 가능성이 큰(2단계) 피해자는 221명으로, 이중 177명이 옥시 제품을 이용했다. 옥시는 또 이외 피해자에 대해서는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보전협회에 내놓은 인도적 기금 100억원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날 ‘포괄적인 보상 방안’ 외 구체적인 안은 내놓지 못했다. 보상 규모도 “패널들이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옥시 제품 사용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당연히 보상을 해야 함에도 그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책임 대목도 명확히 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 결과 옥시 내부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든 공업용살균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인식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사프달 대표는 제품의 유해성을 미리 알았냐는 질문에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고, 저희도 조사 결과를 알고 싶다”고 책임 인정은 회피했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 회원들은 기자회견 도중 연단에 올라 거세게 항의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최승운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는 “정말 미안하다면 언론을 이용한 검찰 수사 면피용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 진심으로 사과하라”면서 “수백명을 죽인 살인기업 옥시는 대한민국에서 자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도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의 사과는 국민적 불매운동이 겁나 쇼를 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CEO) 라케쉬 카푸어를 포함, 이사진 8명을 살인·살인교사·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가피모와 37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옥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고 시민들의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1인 시위에도 돌입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당초 30일로 예정됐던 집단 민사소송을 소멸시효 등을 이유로 2주 앞당겨 16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옥시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영국 본사가 옥시 인수 후 PHMG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에 대한 유해성 여부 실험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단서나 증거가 드러나면 본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한 한빛화학 정모 대표와 옥시의 광고담당 직원 등도 조사했다. 이어 3일 오전에는 가습기 살균제 개발ㆍ제조 과정에 깊이 관여한 옥시 연구소 연구부장 최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현 연구소장 조모씨, 연구소 직원 김모씨 등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검토한 후 신현우(68) 전 대표에 대한 재소환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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