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협상 3개월 내 완료
임원 임금ㆍ복리후생비 삭감
고강도 세부안 산은에 다시 제출
“부실 원인에서 자유롭지 못해”
오너의 책임 경영 논란 증폭
“이미 1조 넘게 쏟아부어” 반론도
난파 위기에 처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선택한 한진해운이 경영정상화 방안(자구안)을 보완해 금융 채권단에 다시 제출했다. 이번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달 29일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 6곳과 자구안의 큰 틀에 대한 조율을 마친 이후 구체적인 보완사항을 이날 채권단에 제출했다. 용선료 협상 3개월 내 완료, 상표권과 벌크선 같은 남은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이 골자인 자구안은 채권단 100% 합의로 4일 조건부 자율협약이 개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진해운은 자구안 제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자 이날 자체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석태수 사장의 임금이 50%나 삭감됐고 임원들 급여도 20~30% 감소했다. 일부 복리후생비는 최대 100%까지 없애고, 서울 여의도 본사 구내 식당도 폐쇄한다. 해외지사 32개 사무실과 본사 사무공간도 줄인다. 이미 전용선사업부, 노후선박, 런던 사옥 등을 매각해 자금을 끌어와 매각할 자산이 거의 남지 않자 의지의 표현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주력한 셈이다.
지난달 25일 한진해운의 1차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은 조 회장 사채출연은 채권단에서 요청 자체를 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2년 전 부실해진 한진해운을 넘겨 받은 구원투수인데다 대한항공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해 이미 1조원을 쏟아 부은 노력을 감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대주주는 총 주식의 33.23%를 소유한 대한항공이고, 조 회장은 한진해운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룹 오너가 경영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실제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위해 사재 300억원을 출연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자본잠식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사재 3,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2010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팔아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에 총 3,3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경영권을 행사했다면 조 회장도 부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한진해운 우회 지원으로 대한항공 등 계열사들에 입힌 손실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생사의 기로에 선 가운데 국내 해운업체 중 절반은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양대 선사를 포함한 100개 해운업체 중 지난해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기업은 13개나 됐고,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곳도 18개에 달했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장은 “빅2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매출 비중은 해운 100개사 전체의 51%를 차지해 두 회사가 쓰러지면 중소 업체들의 도미노 몰락으로 국내 해운업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